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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신조어

신조 관용구: 커피에 시루떡을 먹다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2. 22. 15:17

뭐니뭐니해도 커피와는 쿠키가 찰떡궁합이다. 부인과 남편이 찰떡궁합이듯이 말이다. 국내풍으로 가장 저렴한 카페테리아스러운 간식거리는 봉지커피(또는 자판기커피, 일명 다방커피)에 '에이스 크래커'를 찍어먹는 것이다. 이 글을 두드리는 키보드의 좌측에는 커피가 담긴 머그잔이, 오른쪽에는 '에이스 크래커'가 겉옷을 풀어 해치고 속살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커피에 시루떡을 먹다'라는 신조 관용구를 이해할 수 있다. 즉, 커피와 시루떡은 익숙하지 않고 낯설다. 커피는 서양을 대표하는 차이고 시루떡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간식거리이다. 즉, '직면한 어떤 두 사물, 상태, 분위기가 나에게 완전히 맞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과정을 소화해냈다'는 뜻이 담겨있다. 다음 예문을 보자.


예문: 서울에 오래 살았어도 남산 타워에 올라가본 적은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작년 초봄 주말, 한남동 학동공원에 갔다가 남산으로 향해봤는데, 타워 바로 아래까지만이었는데, 외국인, 노인들, 연인들로 바글바글... 나 혼자 갔다가 이방인이 된 느낌, 완전히 커피에 시루떡을 먹은 기분이 들었다.


이 문장에서 화자에게 남산 타워는 시루떡이고, 남산 타워를 방문한 외국인, 연인들, 노인들은 커피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정서적인 느낌을 '커피에 시루떡을 먹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참고로 이 표현은 그렇게 부정적인 의미(우울)도 아니고 완전히 긍정적인 의미(조광)도 아니다. 다소 삶을 달관하거나 체념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는 정도의 느낌(관조)를 표현하는 최신 관용구이다. 어쨌튼 커피에 시루떡을 먹는 것은, 비록 쿠키처럼 찰떡궁합은 아니지만, 요긴한 간식거리로 괜찮은 편이고 간식 자체는 기분 좋을 일이기 때문이다.



2011년 2월 22일 김곧글



ps: 2월, 낮에는 봄, 밤에는 겨울, 낮에는 활기차게 생활하고, 밤에는 활기차게 침대에서 아이스크림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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