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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교한 시각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보이는 것을 전부 인지하지는 않고 가장 중요한 것 위주로 인지한다고 한다. 만약 보이는 것을 일일히 인지한다면, 마치 과거의 일상을 빠짐없이 기억하는 것처럼 머리가 빡세게 돌아버리는 삶이 될 것이다.

그런 시각 인지 속성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인간은 세상 만물을 단순화해서 해석하고 싶어하는데 특별히 격자(grid, matrix)라는 필터, 색안경을 끼고 보려는 속성이 강하고 그 중에서도 3행x3열 격자, 소위 '삼삼격자(3x3 Grid)'가 아주 먼 옛날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아주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세상을 수직으로 관찰할 때 3등분하기를 좋아한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지하가 있다. 또는 천국이 있고, 인간 세상이 있고, 지옥이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으로 쉽게 구분하고 세부적으로 분류한다. 인간의 신체를 머리, 몸통, 다리로 구분한다.

수평적으로 관찰할 때도 3등분하기를 좋아한다.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한다. 내 집(먼 옛날에는 동굴 속, 좀더 나중에는 친족), 집 주변(먼 옛날에는 내 동굴 근방, 좀더 나중에는 부족 마을, 도시국가), 외부 세계(사냥터, 먼 곳, 미지의 세계)로 구분한다. 여기(내 손이 닿는 곳), 거기(상대의 손이 닿는 곳), 저기(나와 상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구분한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분한다.

인간이 수평으로 3등분 하는 것에 익숙한 이유는 인간의 팔이 2개이고 팔을 많이 사용하고 눈으로 팔을 볼 수 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즉, 왼쪽 팔과 관련된 공간 영역, 양쪽 팔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 공간 영역, 오른쪽 팔과 관련된 공간 영역, 이렇게 수평을 3등분하는데 익숙하다. 만약, 인간이 물고기였다면 또는 뱀이었다면 아마도 수평으로는 2등분 하는데 익숙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팔이 없기 때문에 왼쪽 영역, 오른쪽 영역 이렇게 2등분만을 무심결에 구분했을 것이다.

물론, 2가지로 구분하는 것도 많다. 정신세계와 물질세계, 흑과 백, 파랑과 빨강, 아군과 적군, 육식과 채식, 행복과 불행, 겉과 속, 삶과 죽음, 가고 오고, 잠자고 있거나 깨어있거나, 일을 하거나 일을 안 하거나 등등 

때로는 2가지로 구분하기도 하고 3가지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 까마득히 먼 옛날에는 2가지로 구분한 속성이 많았는데 인간의 지능이 향상되고 사회와 문명이 발전하면서 3가지로 구분하는 속성이 강해진 것 같다. 생각해보면 꽤 많은 것들이 3x3 잣대로 바라보여진다.

'3x3' 또는 '삼삼격자', 인간이 세상을 간단히 추상화해서 관찰하는 단위, 창문, 잣대, 색안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톨글(Tolgul)은 3x3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010년 8월 29일 김곧글


ps: 순식간에 8월 마저 멀어져가고 있다. 숯덩이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세월 참 빠르다.

ps2: 나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소한 습관이 어떤이에게는 유별나게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먼저 주에 아는 후배 친구 두 명을 오랜만에 만나서 회를 먹었다. 회 전문집에서 회를 뜨고 대형 마트에서 과일과 라면류을 사서 친구 집에서 먹었다. (둘 다 결혼 못 한 남자들이다.) 더불어 나는 과자 몇 봉지를 골랐다.

후배들은 과자를 나만큼 잘 먹지는 않는다. 담배를 피는 녀석도 피지 않는 녀석도 마찮가지다. 한참 회를 먹고 술을 마시고 난 후, 나는 자연스럽게 술잔을 멈추고 과자봉지를 뜯었다. 그냥 군것질이다. 그때 한 친구가 말했다. "과자봉지 또 뜯어요? 하나 다 먹고나서 다른 거 뜯어요!"

나는 지금까지 당연히 서로 다른 종류의 과자봉지가 서너개 있으면 그것을 거의 모두 뜯었다. 그리고 소량으로 서로 다른 것을 먹는다. 남는 것은 보관했다가 다음에 먹는다. (이 글을 쓰기 전에도 그랬다) 그것을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것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즉, 과자를 하나 뜯으면 그것을 다 먹을 때까지 다른 것을 뜯지 않는 사람도 있겠구나, 라고 새삼스럽게 생각해봤다.

나는 마치 반찬을 이것 저것 골고루 조금씩 먹듯이 과자를 이것저것 골고루 섞어 먹는 편이다. 아무튼 나는 그 친구들이 만류하는 것을 무시하고 서너 봉지를 모두 뜯었다. 뭐라고 궁시렁 거렸지만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과자를 계속 음미했을 뿐이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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