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자

시(Poem) 2009.03.2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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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텍스트는 하늘을 내리쬐는 햇볕

글자는 생명을 일깨우는 토양

단어는 산들바람이 몰고 온 공기

문장은 투명하고 깊은 강줄기

단락은 멀리 내다뵈는 풍경화 속 산수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종이는 나무의 환생

숯은 나무의 명예로운 가죽

먹물은 우주를 헤엄치는 대왕문어의 열변

볼펜똥은 기름진 땀방울

수성펜은 고양이처럼 물을 만나면 파르르 쭈삣뿌삣

지우개로 하지 말아야 할 것 - 사랑 글자 따라 때밀기

이메일은 만질 수 없지만 종이편지는 가슴에 넣고 다닐 수도 있다

이메일은 스팸 부르지만 종이편지는 스팀 최대로 덥힌 침실로 부른다

키보드는 연필이 운전하는 만원버스

타이프라이터는 퇴역한 기사의 녹슨 갑옷

알파벳 대문자는 겨울 나는 나뭇가지 위에 새 둥지

알파벳 소문자는 부드럽게 녹는 미트볼 스파게티

한자는 이미지가 자신의 꿈을 표현한 몸짓의 그림자

한글은 문자 생활의 달인

나는 그저 글자를 따먹는 행인, 캐먹기도 한다.




2009년 3월 26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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