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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이지 않아서 좋다. 섬세하다. 감미롭다. 쌉싸름하다. 달콤하다. 앙증스럽다. 구구는 고양이다. 구구는 good good 에서 왔다. 이것도 스포일러겠구나.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순정 만화가 '아사코(코이즈미 쿄코 분)'와 고양이의 사랑, 그리고 문하생인 '나오미(우에노 주리 분)'의 이야기다. 우앙~ 하는 감동이 목표는 아니다. 아사코는 오직 만화 창작에만 전념했기에 사랑도 제대로 해보지 못 했다. 유일한 가족 '사바'라는 고양이는 인간보다 2배는 빨리 인생을 살았다. 어느 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만화 그리기를 멈춘다. 주저함 끝에 새 고양이를 구입한다. '구구'라 이름 짓는다. "귀여워~" 합창하며 문하생들도 좋아한다.

대단히 일상적인 소재다. 일본이니까 원작도 좋아들했겠고 유명 감독, 배우가 참여해서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을 법하다. 섬세하고 세밀하다. 그 속이 다채롭고 풍부하다. 다방커피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원두에 크림이 살짝 녹아있듯이 만화적인 요소가 참가되어 있다. 국내영화 '순정만화'도 영화적 완성도가 이 정도 까지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뽑아졌다면 흥행과 쪽박을 떠나 떳떳했을 것이다.

꽤 여성스런 감수성으로 가득하다. 독신 여성의 감수성까지 들어있다. 순정 만화에 단골로 등장할 법한 전형적인 남자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구구는 숫컷이다. 그러나 거세 수술 당한다. 영국 빅토리아 왕조 때 유행한 의상의 칼라를 닮은 갓등같은 걸 쓰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구구는 불쌍한 고양이다. 그러나 도시보호 차원에서 이해는 간다. 안그러면 도쿄 인구보다 더 많은 개체수의 고양이가 도쿄를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영화와는 상관없는 얘기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만든 '이누도 잇신' 감독이 만들었다. 여성 관객 취향이지만 남자 관객도 감동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그런 정도의 감동은 아니다. 방향과 스타일이 좀 다르다. 감독의 성별은 남자지만 이 영화는 여성 취향이 매우 강하다. 소위 '여성영화' 스타일이다. 남자 입장에선 '고양이 귀엽다', '영상미가 섬세하고 스타일은 참신하다', '흔해빠진 패턴이 아니라 좋다' 정도의 느낌이다. 남녀간의 사랑이 중심에 놓여있지는 않다. 고양이와 더불어 현대적인 여성의 자아 성찰 쯤 될 듯 하다. 

관객의 취향을 타겠지만 영화 자체는 훌륭하다. 뻔하지 않게 행복한 이야기다. 구구도 귀엽다.

2009년 3월 5일 김곧글

PS. 아주 어렸을 때 고양이를 길렀었다. 큰아버지 댁에서 낳은 새끼 고양이였다. 이름은 '나비', 사람으로치면 '김'씨다. 어느 날, 누릉지와 쌀을 섞어서 뻥튀기를 했다. 쌀푸대에 한가득했다. '적어도 한 달은 입안이 행복하겠구나!' 여느 때처럼 고양이를 껴안고 잤다. 아침이 되자 악몽이었다. '나비'가 뻥튀기로 가득한 쌀푸대 속에 똥과 오줌을 쌌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혼줄이 난 '나비'는 "이 놈의 집구석..." 넓은 세상으로 모험을 떠났다. 뻥튀기도 귀여운 고양이도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구구를 보니 그 시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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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 Up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