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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 2022)

by 김곧글 Kim Godgul 2022. 10. 3. 15:14




보통 한국의 대중적인 관객이 제목만 보고 기대하며 무의식적으로 상상되는 이야기를 기대하면 매우 재밌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다소 고상하거나 현대문명 비평적인 측면이 담긴 문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영화팬이라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을 안 볼 수 있을까? 전설적인 영화 감독들이 세월의 파도에 휩쓸려 찬란하고 쟁쟁했던 명성을 뒤로 하고 급변하는 시대의 변덕에 대응하지 못하고 인생의 후반기에는 그다지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여전히 활발하게 작품을 직접&간접적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전성기 때에 비견될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충분히 감상할만한 작품을 내놓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 작품의 성격이 전적으로 현시대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복고풍의 현시대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 같아서 더더욱 좋았다. 


추가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아직까지 현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명성과 경력의 깊이감이 마리아나 해구에 비견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고상한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인 것 같다. 이삼십 년 전에 매우 유명했던 명감독(예를 들어, 데이비드 핀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들이 최근에 만든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작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명성에 비견되게 훌륭한데 문제는 대중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시대에는 어떨지 몰라도 현시대에는 너무 고상하게 작품을 만들면 대중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시대인 것 같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야기적으로 복고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핏 관객들은 패션계의 화려한 이면을 요모조모 야무지고 짜릿하게 엿볼 수 있는 이야기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처럼 패션을 건성으로 아름다운 자태의 여자들 위주로 감상하는 경량급 팬이라고 하더라도 눈이 따가울 정도로 모를 수 없는 명품 ‘구찌(Gucci)’ 업체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일종의 명품 개인기업에서 전 세계적인 주식회사로 발돋음하는 단계에서 거의 대부분 그렇듯이 하이에나 같은 자본주의의 송곳니에 씹혀진 즈음의 이야기이다. 추가로 구찌 후계자 부부간의 치정 사건은 이 영화를 단순히 경제 다큐멘터리 수위에서 대중들의 흥미를 충분히 요긴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


이런 장르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칭송되는 영화의 이야기 패턴이 대개 이런 것 같다. 비슷한 이야기 패턴으로 (비록 치정 사건은 없지만) ‘소셜 네트워크(2010)’가 떠오른다. 성공한 주요 인물들이 처음에는 의쌰의쌰 매우 좋았는데 나중에는 안 좋아진 이야기, 왕관을 쓰고 높은 곳에 올라갔더니 고독의 수렁에 빠지게 된 수장의 이야기. 그것은 자본주의의 속성이며, 물질만능주의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이야기. 더 예전의 '대부' 시리즈는 단순히 조폭의 이야기 만은 아니었다. 그 일가의 모습은 현시대 일부 재벌가와 대기업의 모습과 매우 닮았기 때문에 수많은 관객이 흥미로워했을 것이다.


이야기의 결론은 어둡지만 그 전까지 나름 충분히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요즘 한참 잘 나가고 있는 ‘레이디 가가’의 연기가 충분히 괜찮았다. 이번에는 극중 대중가수를 연기한 것도 아닌데 충분히 돋보이는 연기력을 펼쳤다. 아직 명성이 자자한 연기자의 초절정의 섬세함까지는 없지만 그녀의 팝가수 명성으로 인한 것인지 몰라도 대중들을 매혹시키는 능력을 충분히 갖췄기에 아마도 앞으로도 그녀를 부르는 작품이 좀더 있을 것 같다. 한편, 이 영화에는 남주인공 ‘아담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자레드 레또’... 주요 조연들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 몰입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히 ‘자레드 레또’는 분량이 많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마치, 박찬욱 감독의 최신 작품 ‘헤어질 결심(2022)’에서 ‘김신영’ 배우가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씬스틸러'라고 칭찬받을 정도로 영화를 흥미롭게 해줬다.


2022년 10월 3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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