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2021)

by 김곧글 Kim Godgul 2022. 9. 25. 17:15




이 영화를 나름 흥미롭게 감상한 후에,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서 전 세계 고상한 관객층을 매료시켰던 ‘파워 오브 도그(Power of Dog, 2021)’도 되새김하게 되었다.


일단, 영화는 매우 리얼스러운 중세시대 프랑스의 풍경과 사회상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확실히 보는 맛이 있었다. 메인 메뉴는 아니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리얼스러운 중세 전투 장면도 나름 볼만 했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여러 명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세 명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총 3장으로 파트를 나눠서 각각의 주인공의 관점으로 당시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될만한 사건을 겪은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세 사람 각자의 사고방식에 의한 행동과 주변 상황을 보여주는데, 의례 그렇듯이, 각각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다르지는 않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각 주인공의 관점차이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현시대와 많이 다른 그 시대의 사회상을 살펴보는 가치가 더 중요한 주제적인 요소인 듯하다. 그렇긴해도, 감독 또는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원작자는 아무래도 주인공 3명 중에 3장의 주인공 ‘마르그리트(조디 코머 분)’의 관점의 편을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닌 듯하다. 그 사건의 진실이 어떠냐보다 이후에 어떻게 되었냐가 더 중요할 테니까 말이다. 아직 신과 천국과 지옥이 생생하게 살아있던 그 시대에는 목숨을 담보한 공론화였다.


영화에서는 국왕이 허용한 결투를 통해서 ‘장(맷 데이먼 분)’이 ‘자크(아담 드라이버 분)’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승리자가 된 것으로 끝났지만, 크레딧 직전 자막에서 ‘장’은 3년 후에 십자군 원정 전쟁에서 전사했고, 미망인 마르그리트는 장의 유산을 잘 관리하며 재혼하지 않고 오래도록 잘 살았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결국 최후의 승리자는 마르그리트라고 넌지시 말하는 듯하다.


영화의 흥행이 해외에서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매우 처절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명감독 ‘리들리 스콧’의 최신작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저조했다. 그 이유를 결과론적이지만 생각해보자면, 현시대 한국의 젊은 남녀 관객의 입장에서 세 명의 주인공과 추가로 피에르(벤 애플렛)를 통틀어 이야기와는 별개로 매료될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인 듯하다. 각각의 인물들의 성격이 뭔가 부족했다. ‘장’은 훨씬 더 가족, 가문, 자신의 성의 농노들을 위해서 매우 열정적으로 관리하며 지배하는 인물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자크’는 출중하게 똑똑한 점은 좋았지만 훨씬 더 교활하고 생기 발랄하고 날라리 같은 성품으로 여러 명의 귀족 부인과 시녀들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즐기며 침대에서 뒹굴며 사는 보헤미안적인 카사노바 같은 인물로 그렸더라면 어땠을까? ‘마르그리트’도 다소 심심한 귀부인인 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피에르’에게도 좀더 입체적인 성격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와는 별개로 어떤 관객은 이들 중 어떤 인물에게 매료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끌림이 매우 적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 ‘파워 오브 도그’에서처럼 현시대의 주목할만한 인물상에 대입하며 살펴볼 수 있는 재미가 없던 셈이었다.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장’을 비교해 보면, ‘피터(코디 스밋맥피)’와 ‘자크’를 비교해보면 얼마나 좋은놈인지 나쁜놈인지 와는 별개로 그 어떤 특유의 매력을 현시대의 관객이 느끼며 몰입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놓친 것 같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이야기 자체로는 나쁘지 않았고 여러 장면들도 리얼스러운 중세풍 역사 다큐스러워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오로지 수많은 현대인 관객들이 무의식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성격의 인물상을 좀더 심도있게 그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리들리 스콧 감독님의 작품은 언제나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최신작 ‘하우스 오브 구찌’도 감상해야겠다. 그건 그렇고,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이후 이야기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직접 만들었던 에일리언 작품들에서는 역경을 극복하는 강인한 여자 주인공이 특징이라고 익히 알려졌는데 '조디 코머'를 보면 (아무래도 출세작 '킬링 이브'의 영향도 있겠지만) 매우 딱(적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2022년 9월 25일 김곧글(Kim Godgul)


     관련글: [감상글]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2021)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