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022년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상급 문제작이 아닐까 예상된다. 여러 영화평론가와 수많은 영화팬을 매혹시키는 데는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이야기는 고전적이고 고상한 취향적이고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인물들의 특징은 매우 명확하고 익숙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전달되는 메시지 또는 전체적으로 뿜어나오는 인상이 여느 영화들에 비하여 확연하면서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25년 즈음이고, 미국의 광활한 대지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동생이 평범한 서민 출신 미망인 여사와 결혼하고, 미망인과 그녀의 젊은 아들이 농장 가문에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미망인의 아들이 거의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관객이 이 범죄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느낌, 인상, 메시지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2022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은유한 것일 지도 모른다.
 

감독 ‘제인 캠피온’은 소위 ‘여성영화’라고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을 인상적으로 잘 만들기로 유명한 명감독이다. 한때 엄청 유명했던 감독이고 한동안 뜸 했다가 최근에 이 작품을 내놓았고 거의 과거의 굵고 진한 빛깔의 명성을 되찾은 것 같다. 단지, 현시대가 과거에 비해 오락적인 요소가 강하고 직접적인 이야기의 영화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 유의 작품성 있는 영화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에 덜 주목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그런 제인 캠피온 감독이 만들었으니까 그녀의 전작들의 연속성으로 이 작품을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확연하게 다른 세 명의 남자(형, 동생, 미망인의 젊은 아들)의 갈등을 어떻게 감상하느냐가 관건이다.
 

두 형제 중 형 ‘필(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한 마초남이다. 여러 명의 카우보이들을 이끌며 거대한 목장을 경영하는 CEO 카우보이이다. 한편, 그의 내면에는 여성적인 무엇을 갈망하는 욕망도 있지만 매우 잘 숨기고 잘 살아가고 있다. 동생 ‘조지(제시 플레먼스 분)’은 차분하고 온순한 성격의 사무직 체질 평범남이다. 형과 달리 동생 조지는 굳이 남성적인 것을 대놓고 찬양하고 강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여성적인 다소 소심함을 숨기지도 않는 평범하고 확실한 남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망인의 젊은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 분)’은 누가봐도 매우 여성적인 취향과 외모의 남자이다. 그런데 피터의 성격은 처음에는 들어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치밀하고 인내심이 강하면서 냉혹한 인격이었다(그렇다고 피터의 들어나지 않은 내면이 일반적인 의미의 남성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피터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영화는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완전범죄를 암시하며 영화는 끝난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여성영화’의 ‘차별화된 신선한 서부영화 퓨젼’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보면 여성적인 것이 남성적인 것을 물리치고 승전보를 울리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관객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필자의 경우는 이 작품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확실히 모호하다) 이 영화를 예전에 유행했던 시의 형식 ‘상징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형은 시대에 뒤쳐진 (또는 부득이하게 서서히 물러나는 세대로써의) 현대인을 상징한다. 좁은 의미로는 ‘꼰대’도 속하지만 유연한 의미에서 한때 큰 성공을 거뒀지만 나이도 많이 먹었고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서 부득이하게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기업가, 비즈니스맨, 프로스포츠맨을 상징한 것이다. 동생은 현대인으로써의 봉급쟁이, 하급 공무원, 중산층, 소심남, 초식남, 평범남을 상징한다. 가장 많은 현대인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미망인의 아들 피터는 시대의 파도를 잘 타고 인내심과 열정으로 또는 운발도 따라서 폭발적으로 성공한 젊은이를 상징한다. 쉽게 말해서, 피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트’, ‘애플’의 ‘스티브 잡즈’ 같은 현대적 의미의 성공적인 젊은 기업가를 상징한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슈퍼 스타 배우, 뮤지션, 연예인도 여기에 속한다. 최근에는 유튜브로 흔한 월급쟁이의 연봉을 껌값으로 벌어들이는 글로벌 유명 유튜버, 그리고 암호화폐 분야에서 돈을 복사하는 것 같은 비교적 코흘리게 젊은이, 이들의 활약에 대해서 굳이 이런 하찮은 영화 감상글 따위에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혹시 여성영화 장르에 거부감이 있는 일부 관객은 필자의 상징시 해석의 관점으로 이 영화를 감상해본다면 매우 그럴듯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또한 주연 조연 배우들의 연기와 흔하지 않은 영상미와 연출이 볼만 했다. 영화의 작품성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수작이다.
 
 
여담이며 추가로, 2019년에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조커(Joker, 2019)’를 영화 ‘파워 오브 도그’를 참고해서 만들었다면 어쩌면 흥행성뿐만 아니라 작품성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그렇지 않아도 명작인데) 명작 중의 명작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아카데미 시상식과 미국의 여러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대신 '조커'가 작품상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두 영화가 완전히는 아니지만 확실히 닮은 점이 있다. 특히 ‘파워 오브 도그’의 ‘피터’라는 인물과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조커의 본명)’은 매우 닮은 인격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피터를 1925년 서부 목장 지대를 배경으로 하는 ‘조커의 탄생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또 다른 흥미로움이 느껴질 것이다.


2022년 1월 15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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