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상에 부유해서 질주하는 것이 대중문화계의 행보일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대중음악의 속도가 매우 빠른 것 같았는데 이제는 영화도 만만치 않게 관객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것 같다.

 

영화 ‘듄(Dune, 2021)’을 감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좀더 예전에 나왔다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거머쥔 명작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현재는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현재보다 훨씬 더 높게 추앙되었을 것이다. 다만, 요즘 최첨단 흥행 영화 스타일과는 약간 다르며 복고적인 명작 스타일이기 때문에 다소 덜 폭발적인 것 같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필자 같은 경우에는 그 뭔가 설명하기 모호한 익숙하면서도 오묘하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 SF장르를 좋아하는데 소설 ‘듄’은 1편만 읽어봤었다. 흥미롭기는 했지만, 박진감, 짜릿함, 다채로운 잔재미, 뭐 그런 것은 없는 편이다. 쉽게 말해서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고상한 SF 소설의 진수하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유명한 감독 ‘드니 빌뇌브’가 만든다고해서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전 작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좋게 봤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본격적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작품은 ‘시카리오’였다. 아마도 대중적으로 가장 흥행했던 영화가 ‘시카리오’가 아니었을까 예상된다. 그래서 ‘시카리오’의 ‘에밀리 블런트’가 언젠가 또 다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든다.

 


최근에 영화 ‘랑종’을 감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그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겠다. TV화면, 모니터로 보면 후반부의 고조된 공포의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영화 ‘듄’도 거대한 화면의 영화관에서 감상했다면 그 진수를 더 깊고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듄’에서는 스토리가 그렇게 막 흥미진진해서 최고의 작품이라고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익숙한 영웅 이야기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영상미가 매우 좋다. 특별하다. 동시대에 이런 독특하고 우아하고 고상한 영상미를 갖춘 SF 블록버스터가 언제 또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까? 5년 어쩌면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훌륭한 영상미의 SF 작품이다.

 


어떤 관객은 다소 심심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의 생각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현시대성을 생각해보면 그래서 현시대에도 통하는 신선하고 우아하고 고상한 명작이라고 생각된다. 잘 살펴보면 현시대에 흥행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20세기 말의 세기말적으로 파격적인 자극은 매우 없는 편이다. 다소 차분하고 조용한 영상미와 내용인 편이다. 전반적인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이 그런 추세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대인의 본심이 어떤지는 몰라도 영화관객들이 신작 영화를 통해서 즐기고 싶은 것이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것을 갈망하고 열광하던 20세기 후반과는 많이 다른 시대인 것 같다는 뜻이다.

 


고상하고 우아하고 절제미가 있는 내용의 영화 ‘듄’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흥행을 거두는데 일등공신을 한 것은 감독의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연출력이라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고 그 외에, 주인공 ‘폴 아트레이드’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가 있을 것이다. 여러 모로 살펴봤을 때 현시대의 ‘제임스 딘(James Dean)’일지도 모른다. 그 외에 조연들의 연기도 매우 매우 인상적이었다. 폴의 어머니 역을 한 ‘레베카 퍼거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하코넨 남작 역의 ‘스텔란 스카스가드’도 인상적이었다. 이 배우에 관해서는 필자가 2000년대 초기에 영화 공부를 한답시고 껄떡대던 풋풋한 시절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파격적이고 인상적인 영화 ‘브레이킹 더 웨이브’를 볼 때부터 알아봤었다.

 


영화 ‘듄’에는 유럽에서는 어느 정도 퍼져있는 문화인 것 같고, 동양에서는 다소 인기가 없는 ‘고스(Goth)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영화의 영상미는 이로 인하여 종종 비교되는 ‘스타워즈’와 시각적으로 많이 차별되게 보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좋았던 것은 고스 문화를 우아하고 고상하게 잘 사용했다는 점이다. 서구문화권 이외의 문화권에서도 이질감에 따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까지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서울의 어떤 거리를 걸으며 느낀 것인데) 한국의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이 예전의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패션이 아니라 흑백(검은색, 회색, 탈색한 듯한 색상)의 의류를 많이 입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에는 다양한 패션 스타일이 혼재하기 때문에 꼭 일방적인 주류 패션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필자가 젊었을 때의 젊은이들은 거의 다 컬러풀한 색상의 옷을 입었고 (가장 적게 컬러풀한 것인 푸른 청바지에 흰 티) 누군가 검은색, 회색 류의 담백하고 심플하고 고급스런 디자인의 옷을 입었다면 매우 독특한 패션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거리에서는 흑백적인 색감의 의류를 입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서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아래는 필자가 아는 옅은 지식으로 고스 문화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는 뮤직비디오들이다. 영화 ‘듄’의 비주얼적인 것만을 비교해보면 뭔가 연결되는 요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듄’을 통해서 오랜만에 우아하고 고상하고 고급스런 SF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도 되어서 후속편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더욱 더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런 유의 SF 영화가 몇 편 더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피어오른다.

 


2021년 11월 21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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