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멀키
크레이그 로빈슨

 

 

(2007년 9월 27일에 적었던 글을 약간 수정해서 재업)

 

 

FBI 요원 ‘크리스 멀키(Chris Mulkey)’는 굵직한 조연이지만 실제 촬영장에선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잭(Jack) 역 로버트 포스터(Robert Forster)도 몇 번 본 기억이 없다. 실제 스토리에 많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대개 촬영 한 컷 찍는데 준비 2시간 30분, 30~40분 슈팅이니 배우들은 대기전용 트레일러에서 쉬다가 본촬영 때 나타났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또는 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인물일 것이다. 실제 본 필자의 느낌, 크리스 멀키는 영화상처럼 꽉 찬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왠지 가볍고 약간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인격과 품성이 별로였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로버트 포스터’는 무자게 과묵했다. 부처였다. 영화상에 보여지는 것보다 더 조용하고 묵직하고 과묵했다. 사람이란 참 묘하다. 같은 과묵과 침묵이라도 어떤 사람은 멋있고 어떤 사람은 글쎄다. 개인차가 심하지만 말이다. 로버트 포스터의 과묵은 별로였다. 주관적인 필자의 느낌상 말이다. 물론 존경할 부분도 있었다. 로버트 포스터는 적잖은 나이에 야외에서 와이어에 매달려서도 묵묵히 연기에 몰두했다. 그러나 한국인이 좋아할만한 배우 변희봉 씨 같은 매력은 없었다.

 


‘크리스 멀키’도 성실히 자신의 연기를 발산했다. 디워 임시 사무실에서도 멀지 않고 이무기가 올라간 고층빌딩에서도 가까웠다. 공사중, 폐허 배경인지 흙더미 위에 잡동사니가 널부러진 촬영장이었다. 일반인 역 엑스트라도 많았고, 브루스(크레이그 로빈슨 분)를 포함 몇몇 배우들이 열연했다. 특히 크레이그는 즉흥성 애드립을 열정적으로 토해내는데 심감독의 '컷' 외침 이후에 재미로 그러는 건지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싶은 건지 랩같은 연타 애드립으로 군중을 앞도하기도 했다. 너무 길어서 조나단이 살짝 당황할 정도였다. 빨간 핏줄이 보이고 침 튀기면서 쏟아내는 크레이그의 즉흥 열변을 중간에 막기가 뭐했다. 누군가 유머로 받아치는 웃음소리를 껄껄 내던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나단을 포함 스탭 모두 웃고, 엑스트라도 안심하고 따라 웃었다. 누군가 박수를 치자 스탭들 약간 명과 대다수 엑스트라가 박장대소했다. 필자의 관찰이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본다. 크레이그가 살짝 열 받아 침 튀기며 애드립을 지속했던 진짜 이유는 몇 번 NG가 났는데 자신이 열연하는 중간에 몇 번 '컷' 당한 것에 대한 불만의사표현이었던 것이다. '날 못 믿어? 내 연기실력 한 번 제대로 볼텨?' 그런 의미가 내포되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그 씬은 유머러스하게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인간 본능, 기질, 느낌의 문제이다. 결코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왠지 그냥 좋고 어떤 사람은 왠지 그냥 싫다. 그 이유를 열거하라면 한두 개 나열하다가 더 이상 잇지 못한다. 논리적이지 않고 감성적이고 무의식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몇 번 눈치챘겠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디워 배우들 중에서 브루스 역 ‘크레이그 로빈슨’이 가장 괜찮았다. 크레이그가 요즘 유행하는 몸짱이었더라면 ‘덴젤 워싱턴’까지는 몰라도 그 바로 아래 할리우드 스타 레벨에서 놀았을 것이다. 마지막 촬영종료 후 크레이그가 쉬고 있는 트레일러를 찾아가 짧은 즉흥 인터뷰를 담았다. 그런 자리에선 본래 자기 모습이 은연중에 들어나게 마련이다. 그때 느낌이 좋았다. 말솜씨, 유머 감각, 털털함, 상대를 경계하지도 않고 관찰하지도 않는 듯한 행동, 실제로 송강호 배우를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지만 영화 속 송강호 단골 배역에 의무교육 졸업장을 추가한 느낌.

 


심감독이 졸업한 대학교 LA 동창회 동창들도 방문했다. 그 중 몇몇은 투자와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추측일 뿐이다. 촬영장은 굉장히 어수선하고 복잡했다. 필자 같은 메이킹이야 그다지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구경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스탭들도 자신의 본분에 집중하면 된다. 배우도 그렇다. 유일하게 감독만 예외다. 판단하고 결정해야할 일이 시시각각 눈사태처럼 몰려온다. 피할 것은 피하고 격파할 것은 격파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심감독 나이가 나이인 만큼 LA에 동창들은 중년아저씨, 아줌마들이다. 말쑥한 차림의 아줌마 동창과 초등학생 친구처럼 대화하는 모습은 누구나에게 있는 순수함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심감독이 대학 다닐 때는 동창끼리 좀더 각별하고 친했을 것이다. 나이는 들어보였지만 LA 태양 광선도 한국과 다르고 공기 밀도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평상시 자주 써야하는 언어의 주요 발음기관도 달라 어딘지 모르게 얼굴 안면 피부와 생김새가 다르게 생긴 어떤 한인 교포 아줌마 동창이 있었다. 심감독이 필자에게 와서 메이킹에 아줌마 동창을 담아주라고 농담을 던졌다. 필자는 장단을 맞춰주며 메이킹에 짧게 담았다.

 


‘크리스 멀키’는 한참 촬영으로 어수선 할 때 심감독에게 잠깐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며 한켠으로 데려갔다. 심감독은 이런저런 촬영 관련 일로 머릿속이 엄청 복잡했다. 심감독 눈동자에 써 있었다. 그래도 거절하지 않고 따라갔다. 한쪽에 어떤 미국 아줌마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 ‘크리스 멀키’는 "제 아내, ... 입니다." 크리스는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심감독에게 소개한 것이다. 필자가 옆에서 본 바로는 심감독 머릿속은 온통 촬영관련 고민의 고민으로 혼란스러워서 좀 당황했던 것 같다. 또한 문화 차이이기도 하다. 생각해봐라. 한국 영화 촬영 현장에 한창 바빠 죽겠는데 한 조연이 자신의 아내와 딸을 소개한다며 데려와서 인사시킨다. 요즘 젊은 부부라면 많이 서구화되어서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눈치가 있다면 아애 촬영이 끝나고 또는 점심시간에 인사를 나눌 것이다. 또는 분위기를 봐서 휴식 시간에 대면시키면 될 것이다.

 


심감독은 복잡한 머릿속을 휘저으며 ‘크리스 멀키’ 아내와 인사하고 안고 있는 아이를 보며 에티켓 미소를 지어줬다. 불행히도 통역직원은 조나단과 한창 대화중이어서 심감독은 아이에게 예쁘다고 칭찬하고 다음에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몰라 당황했다. 평상시라면, 휴식 때라면, 다른 시간 장소였더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에 어수선하고 분주한 상황에 예상치 못한 에티켓을 해야 했던 것이다.

 


심감독은 멀뚱히 서있기도 뭐해서 또한 자신 머릿속은 온통 촬영 관련 고민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어서 그만... 담배를 꺼낸다. 담배 까치를 입에 문다. 거의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다른 장소면 상관없었겠지만 1~2세 가량 아이 코앞에서 할 행동은 아니었다. 이 장면을 본 사람은 아마 필자뿐인지도 모른다. 촬영장이 아무리 바빠도 그다지 바쁘지 않은 사람은 메이킹 찍는 필자 뿐일 테니까 심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맘만 먹으면 관찰할 수 있었다. 채 3미터도 못 되는 거리에서 그런 장면이 있었기에 확실히 기억이 난다.

 


그러나 더 이상 특별한 에러는 없었다. 심감독은 담배 까치를 입에 무는 것까지만 했고 실제로 점화하지는 않았다. 무의식에서 이성으로 돌아와 황급히 담배를 입술에서 뽑아 버렸다. 그때 조나단과 촬영관련 얘기를 하던 통역직원이 심감독과 ‘크리스 멀키’ 일가족 쪽에 합류했다. 통역을 해줬다. ‘크리스’ 가족은 LA 에티켓을 충실히 지켰다. 면전에서 불쾌한 감정을 결코 내보이지 않았다.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다. 작별을 고하고 심감독은 촬영장 쪽으로 가고 ‘크리스 멀키’는 자신의 아내 어깨를 감싸주며 걸어갔다. 필자의 앞쪽을 지나서 베이스캠프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 방향이었다. 필자의 앞을 지날 때 ‘크리스 멀키’와 아내의 표정은 떱떠름하게 궁시렁 궁시렁 혀를 찼다. 특히 아내의 표정이 더욱 찌푸려졌다. ‘크리스 멀키’ 입장에선 황당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아내와 자식을 소개시켜줬더니 별다른 얘기도 없이 면전에서 담배를 피려고 하다니... 필자가 보기에 심감독이 잘못을 했지만 심감독이 처한 상황을 알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한 상황에 그런 사적인 대면을 갑작스럽게 시켰으니 말이다. 한편 ‘크리스 멀키’와 아내의 불쾌감도 이해는 갔다. 미국에서 한 남자에게 아내와 자식의 존재 가치와 중요성은 한국 남자에게 어머니와 비견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사회적으로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행동한다. 게다가 아내 품에 안긴 아이 앞에서 니코틴 연기를 뿜을 뻔 했으니...

 


시간이 지나서 크리스 내외도 심감독을 이해했을 것이고, 심감독도 비록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긴 하지만 자신의 무의식적인 실수를 ‘아차’했을 것이다. 신이 특수한 상황에 내던져 그들에게 이해심과 관용을 키우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계속...

 


2007년 9월 27일 (초안)
2021년 8월 23일 (약간 수정)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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