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1일에 적었던 글을 약간 수정해서 재업)

 

 

북미 예고편에 공개된 화면이니 비록 개인 블로그라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인이 이 블로그에 방문해서 글과 사진을 보고 "와~ 허리케인 스포일러!" 라며 극장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호기심이 자극되어서 '궁금한데 까짓 거' 라며 극장표를 끊는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이 장면들은 디워 LA 촬영 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심감독은 LA 촬영 현장에서 노트북에 저장된 이 동영상을 만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단지 홍보성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고, 이렇게 CG 가 훌륭하니 기대해주세요. 쥬라기 공원, 반지의 제왕에 결코 뒤지지 않지요' 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LA에서 촬영하는 스탭들과 배우들이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할 수 있게 되면 좀더 현실적으로 실감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엑스트라들이 거대한 용을 보고 달아나야 하는데, 이런 동영상을 한번이라도 보고 촬영에 임한다면 한 뼘이라도 더 나은 연기가 나오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LA 촬영 때 이미 CG, 미술, 의상, 미니어쳐 등등 LA 촬영 분 빼고는 거의 다 완성된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LA 촬영 이후 후반작업으로 2년 정도를 더 투여했으니 공을 들여도 엄청 들인 셈이다. 영상발이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LA 촬영도 전문 스탭들이 제대로 촬영했으니 금상첨화였다. 스토리는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LA 북쪽으로 한참 달려갔던 마을인데 정말 살기 좋은 마을로 보였다. 주로 백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같았다. 이 로케이션 장소도 꽤 요긴하게 썼다. 거리 씬 찍고, 실내에서 부적이 붙여진 장면 찍고, 사라 침실도 찍고, 수영장에서 사라 친구가 죽어서 둥둥 떠 있는 장면도 찍고 (이후에 한 번 더 언급될 예정) 좀 떨어진 공설 공원은 넓고 푸른 잔디밭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아이를 데리고 와서 공놀이, 부메랑, 원반던지기를 하며 휴식했다. 부러운 광경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미국에 이민간다면 행복할거라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두 배우는 사이가 좋아 보였다. 디워를 보면 흑인, 유색인종이 거의 없다. 병원 간호사 안내원으로 뚱뚱한 흑인여자가 나올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인종갈등을 완화시키는 정책으로 흑인의 배역이 현실보다 이상적이게 의무적으로 일정부분 들어간다고 들었다. 그래서 ‘브루스(크레이그 로빈슨 분)’가 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 크레이그의 연기는 꽤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디워에서 주연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조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크레이그는 자존심이 강한 전형적인 O형 태음인이었다. 어쩌면 송강호 캐릭터를 닮은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LA 시가지는 토요일, 일요일에만 찍었다. 거리를 통제하고 저 많은 차들을 언제 세워놨는지 깜쪽같이 속았다. 한쪽 대로에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카메라가 슬슬 이동하더니 건너편 대로에 온통 정차한 승용차 천지다. 길을 막아놓았기 때문에 서행하는 LA 시민들의 행렬인줄 알았다. 그런데 모두 촬영용으로 미리 준비해놓은 소품이었다.

 


혹시 저 많은 승용차들이 앞에만 진짜고 뒤에는 CG 라고 생각하는 관객이 있을지 모르지만 모두 진짜다. 나중에 화면 앞으로 날라오는 자동차는 진짜일리 없지만 길거리에 정차한 승용차는 모두 영화소품이다. 리얼리티였을 것이고, 중간에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서 도망쳐야했으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 많은 엑스트라 중에 미래에 대스타가 끼여 있을 수도 있겠다. 사람 앞일은 로또신도 못 맞출 테니까 말이다.

 

 

 

 

실제로 어떤 묵직한 덩어리를 떨어뜨려서 촬영했다. 파란색 쇠뭉치 같은 것인데 CG가 덧붙여질 것을 계산하고 촬영한 것이다. 아래 자동차는 실제 폐차다. 많은 먼지와 파편은 실제이기도 하고 CG로 현실감을 더한 것이기도 하다. 묵직한 현실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로 부셨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을 CG로만 만들었다면 관객은 웃었을 것이다. 십중팔구 관객의 시각 감각이 눈치 까고 '극장표가 아깝네 아까워' 라고 말하며 윗어금니 아래어금니 사이에 마찰을 일으켰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근접 영상은 실제로 부셔야 심감난다. 관객의 뇌를 현실감에서 도망치지 못 하도록 붙들어야 한다. 성공적이었다. 어설퍼 보이는 특수촬영 아저씨 기사는 심감독의 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해내기는 했다.

 

 

 

 

LA 시가지 동쪽 허름한 건물이 밀집한 지역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촬영했다. 총소리는 멋있었다. 역시 탄피를 기념으로 주워오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참았다. 그래도... 발로 슬쩍 치우는 척 하면서 주우려는데 심감독과 시선이 마주쳤다.

 


멕시코 부부는 매번 다른 메뉴로 간식거리를 제공하는데 이곳에서는 닭도리탕을 내놓았다. 한국 것과 똑같이 생겼다. 맛도 똑같았다.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다. 당연하다. 언젠가 라면도 나왔지만 우리 맛과는 많이 달랐다. 심감독은 라면이라 좋다고 달려들었다가 몇 입 씹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버리고 모니터 자리로 되돌아갔다.

 

 

 

 

이무기가 지하주차장으로 달려드는 긴박한 장면이지만 실제로 촬영한 곳은 디워 임시사무실 건물 지하주차장이었다. 이무기는 LA 디워 임시사무실에서 쉬다가 촬영할 때 잠깐 몸 풀고 돌아갔다. *^^* 같은 실내 촬영이라고 해도 지하주차장과 건물의 실내는 천지차이다. 괜히 예민해지고 우울해진다. 그리 길지 않은 촬영이어서 다행이었다.

 

 


이무기는 늦장을 부렸다. 주연이고 몸값 좀 하자는 심산이었나 보다. 스탭들은 아침부터 LA에서 가장 높은 빌딩 옥상에서 촬영 준비를 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건물을 칭칭 감고 올라오면서 특수 유리창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깨부쉈다. 심감독 주머니의 우는 소리가 커져도 심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하이라이트 촬영인데 까짓것쯤이야.

 


이무기는 매너가 꽝이었다. 여의주를 숨겨놓고 올 정도로 준비성이 있다면 가그린 정도는 기본 매너인데 엊그제 제공된 정수통 가그린을 벌써 다 썼나보다. 이무기 키스씬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위 사진 속 장면 찍을 때 스탭들 모두 죽는 줄 알았다. 썩은 고기 냄새였다.

 


이 날은 장관이었다. 이무기 때문이 아니었다. 워낙에 높은 빌딩이라 멀리 서쪽 태평양이 보였다. 붉은 저녁노을의 경이로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장관이었다. 제이슨 베어, 아만다, 스탭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물론 촬영을 모두 끝내고 말이다. 이무기는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 깨닫자마자 서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평선 위를 날더니 붉은 태양을 단숨에 삼켜서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이무기가 삐지면 아무도 못 말린다.

 


계속...

 


2007년 9월 11일 (초안)
2021년 8월 22일 (약간 수정) 김곧글(Kim Godgul)

 

 

 


댓글을 달아 주세요



   







Running Up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