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TV 예능 프로 ‘골 때리는 그녀들’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다. 여자 셀럽들이 미니축구 경기를 실전처럼 하는 예능 프로이다. 한 팀의 주전은 골키퍼 포함 5명이고, 경기장은 실제 축구 경기장보다 작고 골대도 작다. 원래 이런 미니 축구 경기 포맷이 있었는지 아니면 이번 예능을 하면서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축구 규칙과 거의 같은데 다만 드로잉을 할 지점에서 프리킥으로 한다. 지금은 리그 초반이라 잘 드러나지 않는데 나중에는 이런 프리킥이 득점으로 이어지는 작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문 아마추어 축구를 여자 셀럽들이 하니까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몇 달 전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했다가 시청자 반응이 좋아서 정규 프로로 제작한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마치 예전에 TV에서 일본 애니 ‘슛돌이’를 보는 느낌도 든다. 그 이유는 경기를 거의 실시간처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편집을 많이해서 의미있는 영상 위주로 보여주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같은 장면을 다른 카메라로 여러 번 반복해서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쉽게 말해서 ‘시간의 지연’ 편집이 매우 많다. 이 프로가 실제 아마추어 축구 경기를 중계방송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색다른 예능이라는 정체성이 있으므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 때로는 감칠맛 나고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긴장되고 때로는 뻔하다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다. 앞으로 이 프로가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어서 글을 적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 전문적인 비평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프로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현실같은 예능이다. 즉, 실제 축구 경기를 실황 중계하듯이 보여주는 프로가 아니다. 경기하는 중에 수많은 편집과 중복된 장면들이 이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마냥 장난과 웃음으로 가득한 코메디 장르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도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전쟁에 실전 배치된 군인들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도 없을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물감을 쏘는 서바이벌 대전 같은 정도의 뉘앙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프로는 일종의 예능 프로의 연장이고 그런 맥락에서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갑자기 월드컵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들이 죽을 각오로 온몸을 불태우는 모습이 보여지니까 다소 부담감이 느껴졌다. 다소 지나친 몸싸움과 이기고 있는 팀에서 시간 지연을 하는 작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것은 원래 축구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이 된다. 그러나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실제 축구 경기에서조차 거친 몸싸움을 금지시키고 있는 것이 현대적인 추세이다. 관중들은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편이건 상대편이건 멋진 플레이를 보고 박수쳐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누군가 거친 플레이로 어떤 선수가 들것에 실려나간다면 경기장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싸해지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예능 축구 경기에서는 굳이 유도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된다. 다소 복잡하게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쉽게 말해서, 여기서 '군대 축구' 또는 '무대뽀 축구'를 보여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얘기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 중에는 남자들도 많으므로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한국인은 영상물에서 헝그리 정신이 가끔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조금 연령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헝그리 정신은 훈련하는 장면에서 보여주고 그것이 기술적 향상으로 이어져서 실제 경기에서 조금이라도 향상된 멋진 플레이를 했을 경우에 시청자들이 재밌어 할 것 같다. 헝그리 정신과 악바리 정신에서 기인한 지나친 몸싸움과 거친 플레이보다는 (실제 여자 축구 경기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이지만 이 프로는 실제 여자 축구 경기가 아니므로) 상대편 선수의 몸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플레이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각자 본업이 있는데 혹시라도 그것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다친다면 이 프로를 보는 재미가 반감할 것이다)

 

 

현재는 시즌 촬영이 모두 완료되었고 수많은 편집작업만 남아있는지 말았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헝그리 정신, 악바리 정신에 의한 거친 플레이로 상대편 선수와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하는 플레이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헝그러 정신, 악바리 정신은 훈련 과정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실제 경기를 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고 즐겁게 즐기는 그리고 추가로 아마추어로서는 나름 멋진 플레이, ‘기발하고 신선하고 이색적인 작전과 전략’으로 골을 넣는 경기를 부각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가 실제 여자 축구의 미니 버전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진화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그래봤자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 축구만을 하는 실제 선수의 기량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정으로 여자들이 실제 축구를 잘하는 경기를 보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실제 여자 축구 선수들의 플레이를 검색해서 감상하는 편이 더 흥미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실제 축구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거친 몸싸움 플레이가 매우 자제되므로 인하여 야기되는) 다양한 작전(드로잉 지점에서 프리킥이 매우 요긴함)과 아기자기한 기량으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거친 몸싸움이 금지되는 경기라면 헤딩슛, 오버헤드킥도 조금만 훈련하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프로도 인기를 끌면 ‘복면가왕’이 그런 것처럼 해외(일본, 중국, 다른 국가들)에서 유사한 프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신선한 재미가 있다. 참고로, 필자는 축구에 미친듯이 열광하는 매니아는 아니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보는 정도만큼 가끔 볼 뿐이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 뿐이다. 이 프로가 잘 되어서 시즌이 거듭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끄적여봤다.

 

 

 

(추가 내용, 2021 7월 15일) 이 글은 어떤 특정 선수가 다치는 것이 걱정스러워서 쓴 글이 아니다. 헝그리 정신, 악바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군대축구, 무대뽀 축구를 하므로 인하여 여자 아마추어 선수 특유의 기량과 다양한 작전으로 인한 신선한 재미를 보기 힘들게 만드는 것을 우려스러워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적은 글이다. 원래 기대했던 재미가 그런 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 이런 정도의 스포츠 예능에서 지나치게 헝그리 정신, 악바리 정신을 내세우는 것은 마치 과거 개그 코너에서 어떤 사람에게 아주 맵거나 싼 음식 같은 고통스러운 음식을 먹이면서 또는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면서 (예를 들면 맨발로 얼음 위에 오래도록 서 있게 하기)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재미를 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최근 경향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맥락으로 너무 지나친 헝그리 정신, 악바리 정신, 군대축구를 하는 모습이 시청자 입장에서 신선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내용의 글을 적은 것이다.

 

 


2021년 7월 13일 김곧글(Kim Godgul)

 

 

 


댓글을 달아 주세요



   







Running Up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