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 감독의 바로 직전 작품이 워낙에 기대 이상으로 좋았었기에 이번 작품에서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큰 것 같다. 숫자를 좋아하는 시대에 이전 작품을 별점으로 4.5를 준다면 이 작품은 2.0도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고민하고 수정해서 최종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닌, 어떤 기간 내에 빨리 끝낼 수밖에 없는 상황, 부득이하게 급조해서 만들어낸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느낌도 그렇고 장면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연결성과 디테일을 놓쳐서 몰입에 방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정말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작품이 맞을까?’ 라는 의심도 살짝 들었다.

 


과거에 국내 출판 만화 시장에서 갑자기 만화가게가 폭증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때 더 많은 책을 출판하기위해서 일부 만화가는 자신이 직접 그리지 않고 문하생이 그린 그림에 아주 약간의 손질만 하고 (또는 아애 작가 이름만 빌려주고) 출판한 경우도 있었다. (요즘 시대에도 유명한 만화가는 작품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어시스턴트와 분업, 협업을 하지만 그래도 오리지널 작가의 그림체의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 당시의 그림체는 누가봐도 원래 작가가 그리지 않고 뭔가 어설프게 닮은 그림체였었다.) 또는 한국의 일부 유명한 의사들 중에 자신이 직접 시술하지 않고 환자 몰래 의사 면허증도 없는 전혀 다른 사람이 불법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수익 극대화), 이처럼 잭 스나이더 감독이 이름만 빌려주고 실질적인 작업은 다른 평균 실력 정도의 감독이 만든 영화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단점만을 강하게 지적했는지도 모르겠다. 워낙에 높은 존재감의 감독의 신작이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큰 만큼 실망감도 큰 것 같다. 굳이 장점을 꼽자면 이런 것이 있겠다. 여러 캐릭터들이 나름 매력있게 설정되었다. 미국의 오락 영화라고 생각하면 매우 수긍이 가는 캐릭터들이다. 순전히 캐릭터 설정만을 따진다면 괜찮았다.

 


그러나 알파 좀비와 그의 부대원들의 표현은 좋지 않았다. 동작이 민첩하고 똑똑한 좀비라는 설정은 좋았지만 그런 좀비들이 마치 인디언, 또는 브라질 아마존 원주민, 또는 아프리카의 밀림 속에 살면서 문명과 동떨어져서 사는 원주민들처럼 몸동작을 (요가를 하는 것처럼) 한다는 설정에 몰입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표범, 퓨마, 늑대, 여우, 삵, 호랑이 이런 맹수류처럼 행동했다면 훨씬 그럴듯해 보이고 몰입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행동을 아주 잠깐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매우 길게 여러 번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를 충분히 고민하고 성찰하지 않고 만든 것 같다. 아무리 단순한 오락 영화 장르지만 그래도 명성 있는 감독이라면 일정한 수준 이상까지 고민하고 다듬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듣보잡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애 이런 허탈감이 들지도 않을 것이다. 아직 미숙한 실력이니까 다음에는 잘 만들기를 바라면 그만이다. 그런데 잭 스나이더 감독은 장르 영화를 매우 잘 만든 경력이 화려한 감독이다. 덜 완성된 시나리오로 급조해서 만든 느낌이 들도록 영화를 제작하면 관객이 많이 실망할 것이다.

 


캐릭터들 자체는 매력이 있다는 점 외에 또 하나의 장점은 어떤 슬로우 모션 장면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전매 특허처럼 괜찮았다. 다만, 이런 것이 영화 전체적인 이야기에 잘 녹아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 그냥 그 순간만 멋지게 보여질 뿐이어서 아쉬웠다.

 


못 만든 작품과,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는 것은 전혀 다른 뜻이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말은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 만들었을 경우에 관객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부류와 싫어하는 부류가 모세의 홍해가 갈라지듯이 갈라진다는 뜻이다. 필자가 앞서 감상글을 적었던 ‘크루엘라’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뜻은 그런 의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영화이다. 감독도 인간이므로 매번 과녁에 명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다음에는 못해도 호불호가 갈리는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이 감상글은 6월 초에 영화를 감상한 직후에 적었었는데 좋은 느낌의 감상글이 아니어서 포스팅을 하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투모로우 워(Tomorrow War, 2021)' 영화를 보고 감상글을 적으면서 생각이 나서 오늘 포스팅하는 것이다.)

 


2021년 7월 12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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