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치고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감상했다. 원작 만화책이 국내에서도 출간되었지만 읽어보지는 않은 상태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감상했다. 처음에 시도했을 때는 초반에 조금 보다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림체도 그렇고 연출 스타일도 그렇고 캐릭터들도 그렇고 필자가 매력을 느끼기에는 세대차이를 많이 느꼈다. 단지 주인공 소년이 일본 제국주의 욱일기(The Rising Sun Flag) 모양의 귀걸이를 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참고로 욱일기 귀걸이가 영화에서 의미 있는 소품은 아니다. 그냥 주인공의 돋보이는 치장일 뿐이다. 다만, 이것 때문에 어느 정도 우파적인 느낌의 내용이 더욱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그래도 극우파적인 내용은 아니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약 그랬다면 일찍이 국내에서 상영금지 되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초딩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입, 몰입이 안 되었다. 멈췄다. 그러다가 몇 주 후에 다시 감상해봤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서구권에서도 흥행을 했다는 뉴스를 읽고 ‘그냥 한 번 봐볼까’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도했다.

 


솔직히 그림체와 캐릭터의 형태가 필자의 취향이 아니라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감상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필자 같은 취향의 관객에게는 초반에 인내 또는 관용이 필요한 듯하다. 필자가 이 애니메이션을 계속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평범한 초반을 지나 어느 순간부터 꿈속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의 전개 때문이다. 아마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 꿈 또는 무의식과 현실을 오가며 활약하는 액션과 일본의 기괴한 요괴를 결합한 것이 차별성이었다. 이 차별성이 초딩용 애니메이션을 단숨에 고상한 영화 관객을 매혹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석탄으로 동력을 얻는 증기기관차가 전체 영화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실제 배경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꿈속 또는 무의식의 배경과 교차한다. 그래도 필자에게 좋게 느껴졌던 부분은 꿈속 또는 무의식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가 나름 짜임새 있고 개성 있었다. 이것 때문에 중간에 멈추지 않고 나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에서 꿈속을 완전히 빠져나왔고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강력한 요괴와 전투하는 장면은 요즘 10대들에게는 흥미로울 수는 있지만 필자 같은 세대에게는 그냥 그렇다. 나름 색다른 연출의 액션이 들어갔기에 그나마 볼만할 정도였지만, 어디까지나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여러 모로 짜임새 있게 잘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것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특히 연출적인 측면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징을 살린 신선한 기법들을 많이 보여준다. 그러나 매우 취향을 타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특별히 일본적인 특징이 살아있는 만화, 사무라이 액션, 요괴 등에 빠져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그렇게 막 재미를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SF적인 것, 최신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예를 들면, 에반게리온 같은 스타일을 좀더 선호한다. 너무 심오하고 깊게 빠져들어가는 스토리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전투 장면과 관련해서는 현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공각기동대 느낌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갈증을 좀더 느낀다.

 


이 영화가 서구권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이유를 대충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도 거의 서구권에 일본 만화가 널리 퍼져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신선한 연출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인셉션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를 잘 활용한 꿈 또는 무의식의 그럴듯한 세계관 설정이었다.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문득, 꿈이나 무의식의 세계를 잘 활용하고 공각기동대적인 것과 결합한 (심오하지 않은) 액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면 흥행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의 TV프로나 유튜브에서 흥행하는 것의 대부분은 활기차고 웃을 수 있는 요소를 갖춘 것이 특징일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 영화도 그런 최신 경향이 잘 반영되었다. 얼마 전까지 흥행했던 애니메이션 영화 스타일과 다소 차이가 있다. 타겟 연령층도 많이 낮아진 것 같다. 확실히 2편도 만들어질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막 기대되지는 않는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할 것 같기는 하다.

 


2021년 6월 16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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