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는 이런 느낌의 영화가 사라진 것 같다. 예전 그러니까 90년대까지 만 해도 이런 이야기의 영화가 종종 만들어졌고 80년대에는 더 많았고 더 예전에는 좀더 많았다. 아마도 현시대에는 내수시장의 수요가 이런 내용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요약하면 이런 느낌의 영화이다. ‘남녀간의 오랜 세월에 걸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 + 어린 시절 또는 학창 시절과 연결 + 지역 사회 또는 가족 이야기 연결 + 오락적인 요소가 약하고 드라마성을 강조’.

 


어떻게 보면 헐리우드의 50~60년대 영화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니 일본 영화의 전성기도 그즈음에 있었고 (한국 영화의 전성기도 그즈음에 있었기는 하다) 그것을 계승하는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소위 ‘신파’라고 부를 수 있다. 또는 고전 드라마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포스트모던과 많이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나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과장되지 않은 잔잔한 드라마적인 영상미, 소박한 소시민 젊은 연인들의 오랜 시간에 걸친 사랑이야기, 조연들의 드라마적인 에피소드, 주인공이 대박을 터뜨려서 이야기의 전환점으로 작용하는 고전적인 이야기의 특징이 없다는 점, 등등이 나름 괜찮았다.

 


요즘처럼 오락적인 장르 영화가 인기를 끄는 세상에 이처럼 잔잔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더욱 더 신선했기에 몰입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여주인공 ‘고마츠 나나’의 성인 드라마 연기가 좋았다. 지금까지는 주로 여고생 또는 비슷한 느낌의 배역을 많이 연기했었는데 반하여, 이 영화에서는 자극적이지 않은 성인 연기를 본격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과장되지 않은 배역도 잘 소화한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전 작품과는 다른 측면에서 ‘고마츠 나나’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과 몸매는 다른 작품에서도 증명된 것이고, 이 작품에서는 특별히 (이야기의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여러 헤어스타일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추가로, ‘고마츠 나나’라는 여배우의 외모와 분위기가 특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일본 여배우의 열에 아홉의 특징적인 얼굴과 체형과는 좀 다르다. 쉽게 말해서 일본 여배우들 중에서 ‘이국적인 그러나 동양적인 느낌’을 갖춘 여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유해서 말하자면,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고마츠 나나’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고 조만간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국 여배우 ‘탕웨이’의 분위기에다 ‘소녀(여고생, 여대생)적인 요소’가 첨가된 느낌이다. 현재까지 비슷한 느낌의 일본 여배우가 아직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앞으로도 그녀가 꾸준히 연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에도 드라마적인 작품에서 종종 연기를 할 것 같다고 예상된다. 제작자나 감독이 스타성이 있는데도 진지한 연기도 잘 하는 연기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드라마, 오랜 시간에 걸친 이별과 사랑의 반복 (요즘 시대 전 세계 보통 젊은이들의 사랑관과는 많이 차이가 있는 듯), 아름다운 전원 도시 풍경(대도시는 잠깐 나옴), 이런 요소를 즐길 준비가 된 관객만 이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 흥행했는지 말았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필자 개인적으로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물고 나름 잘 만든 드라마 장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6월 13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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