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로 인하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최근의 요지경 세상이다. 이것으로 어떤이는 큰 이익을 챙기고 어떤이는 깡통을 찬다. 그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중산층 이하 사람들은 수십년 심지어 수백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지만, 돈을 많이 걸어 놓은 사람이 그만큼 더 많이 먹는 판이라 전 세계를 빈익빈부익부, 양극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가상의 절대반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버블은 버블이므로 언제 풍선껌이 터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당분간은 바람이 빠졌다가 다시 부풀었다가 하되 터져서 풍선의 고무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시기까지는 좀더 세월이 흘러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도 수많은 웹비즈니스나 스마트폰 앱이 그렇듯이 모든 암호화폐가 휴지조각 아니 전기신호 조각으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것은 전 세계로 널리 퍼져서 유용한 금융도구가 되어 일상화될 것이다. 어떤 것들이 그렇게 될까? 초창기에 선점한 것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다양한 예측이 있지만 아무도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그건 그렇고, 현대적 의미의 암호화폐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탈중앙화된 화폐 거래, 자신의 금융자산을 철저하게 자신이 안전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절대 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사상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이 깔려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개인 대 개인이 그들끼리 안전하게 돈거래를 하는 세상을 꿈꾼 것이다. 대개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이상주의가 그렇듯이 초창기에는 아주 괜찮은 목적으로 출발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추종자들이 다른 의도로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이유가 거기에 있기도 하다.

 


암호화폐의 왕좌 ‘비트코인’에 영향을 준 1990년대 컴퓨터 전문가들의 디지털 화폐의 꿈은 동시대 사람들의 입장에서 불완전하고 이상적이고 허무맹랑해 보였다. 그냥 SF소설에서나 등장하는 것이겠거니, 또는 한참 먼 미래에 (당장 우리가 살아생전 겪을 일 없는) 현시대와는 많이 다른 미래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이겠거니 생각될 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에 1990년대에 디지털 화폐가 태동해서 오늘날 진행 중인 유년기를 보냈을 것이다. 2000년 초기에 인터넷 버블과 이후 금융기관의 버블이 야기한 단기간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겪고 나서, ‘과거의 유산을 참고하여’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희한한 것을 만든 ‘사토시’의 의도도 컴퓨터 극진보주의자들의 급진적 사상을 계승하는 연장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화폐를 통해 발현된 컴퓨터 급진보주의자들의 이상적인 이론은 의미심장했지만, 아직 보통 사람들의 세상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 세월이 다소 흘러, 인터넷 버블과 금융 버블을 겪은 세상은 중앙화된 금융의 치명적인 단점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전과는 달라진 세상에서 과거의 이상을 업고 기술적으로 현실화한 암호화폐 ‘비트코인(Bitcoin)’이 ‘사토시’라는 인물(가상인물 또는 그룹)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것은 마침 세상이 가려워하는 부위를 시원하게 긁어줄 발명품이었다. 초기에는 비록 낯설음으로 인하여 전파속도가 더뎠지만 생명력을 키우며 전 세계로 널리 전파되어 (중간에 죽을 고비도 넘기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어쩌면 사토시가 만들지 않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시기(인터넷이 전 세계로 넓고 깊게 보급되던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마치 19세기에 사진기가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영사기가 발명되었는데 일부 역사학자는 이것도 ‘뤼미에르 형제’나 ‘에디슨’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누군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냈을 운명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현재의 암호화폐도 인류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존재였을 지도 모른다. 꼭 ‘사토시’라는 자가 만들지 않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것을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중요하고 의미있는 무언가는 뭐든지 전자화(디지털화)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훨씬 미래에 언젠가는 인류의 삶 전체가 전자화될 지도 모른다. 인류가 만들어낸 인공적인 무엇 또는 천재지변이 야기한 범지구적인 재난으로 지구가 몇 백년 아니 수 천년 뒤로 후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암호화폐는 제작에 참여하거나 성장시키거나 주창한 사람들의 이상을 넘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시기가 현시대일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자본을 투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 이하에게까지 전염되었다. 자산이 풍족한 상위 몇퍼센트의 자들은 여유 자산으로 투기를 해도 살아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나 중산층 이하가 투기를 하다가 바닥으로 추락하면 깡통을 차는 노숙자로 전락한다. 좋게 말해서 노마드(nomad)가 된다. 컴퓨터를 깨작거리며 떼돈을 번다는 ‘디지털 노마드’가 한 순간에 깡통 차는 노마드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암호화폐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긴 할 것이다. 문제는 일부 암호화폐는 성장해서 날개를 펄럭이며 포효를 하겠지만,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냥 그렇게 생존을 연명하다가 먼지처럼 사라지는 암호화폐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럴지 말지를 어떻게 장담하냐고 묻는다면,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 버블이 일어났을 때 수없이 다양하고 많은 인터넷 기업이 태어났다가 현재까지 살아서 건재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피력하고 싶다. 그러므로 암호화폐에 뒤늦게 투자할 것을 생각하는 자는 잘 살피고 살펴서 조심해서 투자해야할 것이다. 또는 어떤 의미에서 주식의 한 테마 종목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지면 단순히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이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시작이 의기양양하고 창대했던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질 때 그 기업의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형식으로 투자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애찬의 의욕도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이것은 2000년대 인터넷 버블 때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때는 일반 서민들이 인터넷 기업에 쌈짓돈을 요즘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만큼 투자하지는 않았었다(지금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일부 사람들은 로또복권에 맞은 것보다 더 많이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앞에서 깡통 차는 노마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린고비처럼 근검절약하며 살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만약, 극단적으로 수억씩 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도,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장밋빛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당장 금지되어야 (또는 위축되어져야) 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다가오는 사회의 형태가 이제껏 역사책에서 읽어볼 수 있었던 시대와 겪어봤던 시대와는 많이 다른 세상이 될 수 있으므로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처지에서 대비해야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의 본문) 탈중앙화로 인하여 (물론 모든 암호화폐가 탈중앙화 특징은 아니지만) 개인은 자신의 금융자산을 거의 완전히 자신이 주도적으로 통제하여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굳이 집안 구석의 벽을 뚫고 비밀의 방에 벽돌보다 두껍게 금속으로 제작된 철옹성 같은 금고 속에 금덩이를 쌓아두고 최첨단 안전장치에 돈을 쏟아 부울 필요도 없다. 그저 전자지갑에 저장하고 뱀처럼 길쭉한 비밀번호만을 기억하면 된다. 이 비밀번호는 너무 길어서 극히 일부 암기 천재가 아닌 이상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다. 때문에 어딘가에 저장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 이외의 어떤 것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전자지갑 웹사이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때문에 완전히 개인화된 재산에 부득이하게 피어난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누군가는 창의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의 생각에) 인간의 전뇌화(Electronic Brain)가 촉진될 거라고 생각한다. 순전히 암호화폐 때문에 전뇌화가 앞당겨지지는 않겠지만, 암호화폐의 이상이었던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통제’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 ‘전뇌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 비록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일반적인 통념과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처음에는 거부감과 불쾌감을 들어내겠지만 말이다.

 


결코 전 세계의 중앙정부들이 좋아할 미래 예측은 아니다. 어떤 개인이 자신의 금융자산을 암호화폐의 전자지갑에 저장하고 전뇌화된 머릿속에 비밀번호를 저장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할 때만 끄집어내서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외우느라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설령 건망증이나 치매로 인하여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져도 또는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이 되어도 상관 없다. 전뇌화된 두뇌의 어느 구석에 마치 ‘블랙박스’ 같은 곳에 비밀번호는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

 


또한, 이런 일로 인하여 새로운 사회적 풍습이 생성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갓난아기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할 때 결혼반지와 더불어 필수로 이런 것을 하는 것이 새로운 사회적 관습이 될 지도 모른다. 즉, 두 연인이 영화나 소설 같은 꿀 떨어지는 사랑을 나누다가 결혼을 심사숙고 할 때 각자의 전뇌화된 머릿속에 얼마만큼의 암호화폐가 있는지 따져보는 사회적 관습이다. 현 시대에 남자의(또는 여자의) 자가용 종류, 연봉, 주택을 따지는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각자의 암호화폐 전자지갑 비밀번호는 부부 중에 한 사람이 자연사로 또는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면 살아있는 한 사람의 (만약 두 사람이 동시에 죽으면 자녀의) 전뇌에서 죽은 사람 소유의 전자지갑 비밀번호가 자동적으로 해제되어 읽어볼 수 있도록 설정해 놓는 것이다(그 전에는 오로지 각자의 본인 것만 읽어볼 수 있다). 혼인의 절차를 밟는 부부가 결혼반지를 끼는 것만큼 중요하게 첨단 시술대에 나란히 누워 이런 프로그램(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미 뇌의 일부가 전뇌화되었기 때문에 간단한 시술이다. 만약, 이혼을 하게 되면, 메타버스 가상세계의 가정법원에 출석하고 난 후에, 첨단 시술대에 나란히 누워서 결혼 서약을 하며 설치했던 암호화폐 지갑 비밀번호 상호연결성을 해제하는 시술을 받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전뇌 속에 있는 블랙박스의 일부분을 리셋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시대의 보험회사의 존속을 위협한다. 또한 거의 철저하게 개인의 금융자산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가족의 누군가에게 상속하는 것도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의지대로 실행할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상속세를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는 수많은 이런 사람들 때문에 새로운 법안과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암호화폐는 금융자산의 탈중앙화 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자산을 최대한 개인이 스스로 통제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더불어 상속도 마찬가지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요긴하게 사용될 테크놀로지가 전뇌화된 두뇌일 거라는 얘기다. 이러한 인간 본연의 욕망 때문에 인간의 전뇌화가 급물살을 타고 가파르게 발전할 수도 있다. 지금 시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전 세계의 인류는 스마트폰을 거의 소지하고 있다. (깡통을 차면서 라면박스를 이불과 침대 삼아 별을 헤아리며 잠을 청하는 노숙자 마저 스마트폰을 소지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에게는 끼니와 지원금을 받아먹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이런 스마트폰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것이 불과 10년 길게 잡아봐야 20년 내외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뇌의 일부를 전뇌화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어쩌면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기간과 비슷할 수도 있고 더 빠를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굳이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전뇌에 무선 연결되는 간단한 하드웨어 성격의 (조금 쓰다가 버려도 상관없는)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일반화될지도 모른다. 오늘날 예를 들면 ‘포스트잇’ 정도의 것이 미래에 스마트폰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인간의 전뇌화는 수많은 장점으로 인하여 인류에게 새로운 종류의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동시에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신종 범죄도 많이 발생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뇌해킹’이다. 최근에도 암호화폐 관련 천억대 사기를 쳐먹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범죄가 터지기도 했다. 생물학적 두뇌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쉽게 사기쳐 먹는 자들에게 미래에 수많은 사람의 전뇌화는 더 많은 사람을 상대로 짧은 순간에 사기를, 또는 한 명의 사람을 완전히 인형처럼 조종해서 사기를 치는 범죄도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사기꾼은 자기 얼굴을 들어내지 않고 메신저나 통화 등으로 눈 먼 군중을 홀리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불특정 인간의 전뇌를 해킹해서 그를 CEO로 만들어서 삐까삐까하고 근사하게(한국 사람들은 이런 것에 매우 현혹된다) 작업(set-up)을 치게 하고, 뒤에 숨어서 CEO 인형을 조종했던 진범 해커는 오로지 돈만 챙겨서 잠적하는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해킹 당해서 사기꾼의 인형이 되었던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또는 일반적인 것은 기억하지만 범인 해커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나므로 다음 기회에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면 좋을 듯하다.

 


2021년 5월 16일 김곧글(Kim Godgul)

 

 

 

추가: 미래 사람들이 전자두뇌 속에 있는 블랙박스를 설정할 때, 첨단 시술대에서 설정한다고 했는데 시술자가 암호화폐 비밀전호를 몰래 복사해 놓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물론 그것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지만) 아마도 '셀프 키트(Self Kit)' 같은 것이 만들어져서, 암호화폐 지갑 비밀번호 정도의 데이터는 누구나 혼자서 직접 쉽게 설정하거나 리셋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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