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미국의 자동차 유목민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밀착해서 살펴보는 관점도 있지만, 달리 바라보면 보편적인 인간이 인생 막바지를 어떻게 살아가는 지에 대한 은유적인 이야기로 보여지기도 한다.

 

낭만적이고 진보적인 뉘앙스의 ‘디지털 노매드(digital nomad)’ 현대 도시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실제 노매드(nomad, 유목민)의 어떤 삶을 실존적이게 잘 그렸다. 지구촌의 문명 지역과 매우 떨어져서 살아가는 유목민의 자연주의 이야기는 수많은 다큐멘터리로 많이 만들어졌기에 그런 것과는 차별된다. 미국의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몰락한 중산층이 달랑 자차를 몰고 미국을 떠돌며 살아가는 유목민의 삶을 약간 낭만적인 면을 가미하고 현실적인 삶을 영화적으로 잘 그려냈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미나리’ 영화가 미국인들의 잠재의식에 미국의 개척사(부모, 조부모, 조상)를 떠올리게 해주는 뭔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 이 영화도 미국의 개척사를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미나리’도 그렇지만 요즘 시대에 좋은 영화로 분위기와 감성 중심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느낌의 영화는 이런 건가보다. 이 영화와 ‘미나리’는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르지만 넓게 보면 같은 숲에 있는 나무들처럼 느껴진다. 영화 ‘미나리’의 초반에 주인공 가족은 바퀴 달린(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이동하는 장면은 없지만 그것은 미국식 유목민 개척사를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노매드랜드’에서는 연로한 여주인공이 자신의 주택과 같은 기능을 하는 자차를 몰고 미국 대륙을 이동하며 생활한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도 만나서 일시적으로 함께 거주하며 친구도 사귄다. 한국에서도 많은 젊은 사람들이 캠핑카를 몰고 대도시를 멀리 떠나서 별을 헤아리며 삼겹살을 구워먹는 낭만적인 야영을 하며 일시적인 여가를 즐긴다. 또는 선망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거주할 주택이 있고 다만 일시적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낭만적인 삶의 미국판은 결코 아니다. 현실적인 저소득층 유목민의 삶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도 홈리스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괜찮은 삶을 살아간다. 단기적으로 단순노동의 일자리를 구해서 일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연말 시기에는 ‘아마존(Amazon.com)’ 같은 물류센터에서 일해서 생활비를 벌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과연 이런 이야기가 재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감상하는 내내 몰입해서 감상하게 되었다. 단순히 현시대 유목민의 진솔한 현실 이야기라서만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현대인의 인생 후반부의 삶을 은유한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대 젊은층이 감상하기에 큰 재미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년층 이상의 관객들은 몰입해서 감상하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펀'이 길에서 알게 된 젊은 남자를 재회하며 샌드위치와 맥주 주고받고 잠깐 얘기하는 장면에서 잠시 눈시울이 찡했다. 잠깐 지나는 에피소드에 불과해서 관객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백미(비록 전형적인 스토리 위주가 아니라 백미라는 것이 없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빛났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보잘 것 없이 근근히 살아가는 '펀'이지만, 한창 젊었을 때 남편을 처음 만나서 사랑을 약속했던 순간을 인상적인 시(poetry)로 표현했다. 이것은 노쇠해가는 평범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보석 같은 추억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2021년 4월 23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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