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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시간 정도의 상영시간에 놀랐다.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한 순간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감상하는 내내 ‘뭔가 다르다... 기존의 슈퍼히어로물과 뭔가 다르다.’를 되뇌이며 흥미진진한 재미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들에게 익숙한 슈퍼히어로물과 천지개벽만큼 차별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너무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려서 흥행에는 매우 위험한 모험을 강행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그랬었던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Watchmen)’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 몰라도, 무릇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실패했던 전적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평준화로 내려앉은 것은 아니다. 조금 높게 수위를 조종했는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영화 제목 앞에 감독 자신의 이름을 내걸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쩌면 잭 스나이더 감독은 퀀틴 타란티노 감독과는 정반대 영상미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인상적이거나 유머러스한 대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필요한 장면에서 필요한 만큼만 평범하고 간결한 대사를 전체적으로 깔아주는 미니멀리즘 대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신, 슬로우모션 고화질 영상씬이 요즘 영화 평균보다 자주 나오는 편이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시도때도 없이 CF 고화질 슬로우모션이 나오는 셈이다. 자칫 잘못 시도했다간 안함 만 못할 수도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거의 그렇지 않다(호불호가 갈릴 수 있긴 하다). 눈으로 먹는 맛있는 외식을 배터지게 먹은 느낌이랄까. 또한, 퀀틴 타란티노 감독의 인물들이 일본 사무라이 영화 또는 홍공 느와르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인물들인데 반하여, 잭 스나이더 감독의 인물들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며 우러러봤던 헐리우드 황금기 시절 영화들의 영웅들을 닮았다. 존 웨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론 브란도... 이들이 슈퍼히어로 영혼 속에 녹아 있는 것 같다. 두 감독이 다루는 주요 장르와 스타일이 달라서 부적합한 비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활동하고 하드코어 액션물을 다루는 감독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하여 간단히 비교해봤다.

 


일단 필자는 저스티스 리그 만화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저스티스 리그 관련 이전 영화를 주의 깊에 감상한 것도 아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봐서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를 흥미롭게 즐기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끝부분에 아마도 슈퍼맨에 의해서 지구가 거의 멸망한 상태에 이르게 된 미래의 지구를 짧게 표현한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고 좋았다. 조커가 일시적으로 배트맨과 휴전을 하고 심지어 힘을 합쳐 악의 축에 대적하는 내용이 이어질 것 같다. 또한, 최근 슈퍼맨 영화에서 악당 역을 인상적으로 잘 해냈던 제시 아이젠버그도 출연하는 것 같다. 어서 다음 편이 보고싶다는 기대감이 샘솟지 않을 수 없다.

 


여담이지만, 왜 원더우먼의 종족 아마존 여전사들은 맨살이 다 들어나도록 간단한 갑옷을 착용하고 전투를 할까? 온몸이 크고 작은 상처와 피딱지로 뒤범벅이 될 텐데 말이다. 관객에게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해주기 위해서 리얼리즘을 무시한 거겠지만 이 부분도 세월이 좀 흐르면 사회적 통념이 변함에 따라 바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보면 아쿠아맨과 슈퍼맨이 근육질의 상반신을 굳이 그렇게 여러 번 노출한 것도 당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슈퍼히어로물 영화가 살아있다면, 거의 살아있기는 할 것이다, 그들의 의상과 신체 노출의 관계가 오늘날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는 다소 복고적이라고 느껴진다. 미디어를 보면 마블(Marvel) 쪽과 디씨(DC) 쪽 영화 중에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느냐는 질문들이 오가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누군가 필자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전까지는 굳이 생각해보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디씨에서 우러나온 슈퍼히어로물이 좀더 필자의 입맛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요즘 젊은층에서는 마블 쪽에서 우러나온 슈퍼히어로물을 좀더 선호할 것 같다.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간간히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의 가치관과 생활태도와 정서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 협업하는 여러 슈퍼히어로들 중에서 굳이 주인공까지는 아니라도 가장 비중있게 다뤄졌던 이는 사이보그일 것이다. 다른 이들은 자신만의 영화를 통해서 개인사가 어느 정도 공개되어 있지만 사이보그는 그렇지 않아서 이번에 관객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 뻔하고 흔한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사이보그에게 사용되었다. (심지어 심하지는 않지만 플래시맨에게도 적용되었다, 미국 밖에 거주하는 어떤 외국인이 미국 남자들은 아들과 사이가 좋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사회는 아닐까라는 착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사 외에도 적의 손에 들어가서 합체된 3개의 정육면체(일종의 절대반지 같은 성격의 물체)를 다시 해체하는데(무력화 하는데) 사이보그가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특별히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사운드트랙은 없지만 유일하게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이 있었다. 그녀가 멋지게 활약하려고 등장할 때 흘러나오는 원더우먼 메인테마(어제 국내 여자 프로배구를 보는데 이 음악이 나오더라)는 아마도 여자 슈퍼헤로인 테마들 중에서 단연 최고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주가가 치솟는 여자 슈퍼헤로인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데 그녀만의 대표적인 테마곡으로 대중들의 뇌리에 박힌 곡은 원더우먼 메인테마가 유일할 것이다.

 


2021년 3월 21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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