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일까 궁금했다. 연일 들려오는 여우조연상에 관한 해외 발 뉴스 때문이다. 그 좋은 소식은 현지 미국인이 감상한 피드백이 매우 크게 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주조연 연기력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매우 훌륭했다. 다만, 이야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필자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막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감은 있어서 중간에 멈출 수는 없었다.

 


TV에서 프로레슬링이 자주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략 1980년대쯤이 배경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젊은 한인 부부가 LA 같은 대도시에서 10년 동안 지겹도록 고된 노동(병아리 감별사)를 해서 돈을 모은 후에 그곳을 떠나 아칸서스라는 도시 외곽에 농지를 구입해서 한국 농산물을 재배한다. 당시에 한인 이민자들이 매년 3만 명씩 미국으로 입국한다고 주인공이 언급했다. 그런 시절이니까 한인을 위한 채소와 농산물이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상품이었을 것이다. 귀농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에 본의아니게 미국땅에서 요즘 시대에 한국 젊은이들이 하는 귀농을 강행한 것이다.

 


완전히 순수한 드라마 장르이지만, 감독의 실제 어린시절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런지 전형적인 익숙한 드라마 패턴을 따르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미국인 관객은 이 이야기를 미국 개척사의 현대판 변주로 감상하는 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한인 이민자가 미국의 대도시의 다양한 업종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낸 성공담은 종종 다큐멘터리로 봤었는데, 소작농을 해서 넉넉하게 먹고 살게 되었다는 다큐멘터리나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교포2세가 만든 이 영화의 이야기는 희소하다고 볼 수 있다. 돌려 말하면, 한국 내에서 이런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업계에 돌려보면 콧방귀만 뀌고 퇴자를 맞았을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잘된 기존의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영어가 모국어인 교포2세 감독이 그 유명한 ‘플랜B’ 제작사의 브래드 피트의 눈에 띄어서 미주 이민 한인 관련해서 기존에 전무했던 한국인 관련 이야기의 영화를 만드는 행운을 잡게 된 것 같다. 비록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실제 흥행성적은 미국을 비롯 국내에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좋은 영화, 충분히 만들 가치가 있는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영화의 캐릭터를 살펴봤을 때, 필자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스티븐 연이 연기한 남주인공의 모습이 미국인이 보통 생각하는 한국 남자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모 감각이 부족하고 무뚝뚝하고 때론 우락부락하고 거의 하루 종일 일에만 빠져서 살고 가정사에는 소홀한 편이고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대하는 가정교육을 대물림하는 가장. 따지고 보면 미국인 또는 유럽인들도 이런 사람이 없지는 않다. 딱히 한국 남자만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이야 비록 외모는 번지르르한 서울 뺀지리 같은 한인2세가 많아졌고 이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완전히 미국 본토인과 같아서 다소 다른 양상이겠지만, 한창 미국으로 이민을 많이 떠났던 70, 80년대에 한국 남자들이란 대부분 이 영화의 남주인공의 모습과 닮았을 거라고 현지 미국인이 많이들 생각했을 것 같다. 한편으론,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면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고 이혼당해서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다시 귀국해야 했을 것이다.

 


영화적인 이야기를 따지자면 그냥 그런 느낌이었지만, 표현된 내용 중에는 매우 솔직하고 적나라해서 보기 좋았던 것도 있었다. 소위 안 좋은 한인 사회 모습 말이다. 예를 들어, 이들 가족은 LA 대도시에서 한인 교회에 다녔는데 정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안 좋은 일을 겪었는지 아칸서스로 이사하고 나서 의도적으로 한인교회를 비난하며 나가지 않고 (병아리 공장에서 만난 다른 한인 아줌마도 비슷한 경우라고 말했다) 미국 농촌 사람들이 주도하는 교회에 나간다. 그것마저도 적응하지 못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미국 이민자들 중 누군가는 한인 교회야 말로 신앙과 무관하게 사회생활하는데 좋은 인맥을 만날 수 있는 매우 요긴한 장소라고 말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선인 또는 악인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한 셈이다. 마치 등락폭이 큰 주식에 종자돈을 투자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아무튼 주인공은 미국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어떤 안 좋은 경험을 겪었는지 그들로부터 떨어져 살기 위해서 아칸서스 농촌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이런 씁쓸한 실제 미국 한인 사회 관련 이야기는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잘 모르는 (알 필요성도 없는) 일일 것이다.

 


할머니 관련 이야기도 좋았지만 끝부분에 뭔가 더 있어야 감동을 진하게 전달했을 텐데 왠지 미지근하게 끝난 것 같아 아쉬웠다. 감독이 살아온 실제 이야기에서 과장하고 싶지 않은 감독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전형적인 드라마 이야기를 탈피한 독립 영화 또는 예술 영화스러운 결말(여백의 미, 과감한 생략)로 맺은 것이 현시대에는 더 세련되어 보이고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국 영화감독과 배우가 미국에서 중요한 위치에서 활약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정말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기존까지는 유럽이나 그 외 국가의 저명한 영화제에서 영예로운 상을 받는 것이 다였고 미국 헐리우드 영화계는 거의 넘사벽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 출신 감독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헐리우드 영화를 만든다는 뉴스도 들려오고 있다. 또는 이 영화의 경우처럼 교포2세 출신 감독이 활약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미국내에서도 다양성을 수용해야겠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회적 흐름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영상 위주로 판도가 바뀐 인터넷 이용 실태와 그 어떤 나라에서 제작된 영상이든 (고화질 영화를 포함) 거의 다 인터넷 연결만 되어 있다면 감상할 수 있는 현대문명 기술의 혜택이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잘 만든 영화, 좋은 영화는 전 세계에 걸쳐 알아봐주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2월 18일 김곧글(Kim Godgul)

 

 

 

 


댓글을 달아 주세요



   







Running Up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