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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서부영화라는 것만으로 익숙한 것들만 기대하고 감상하면 그다지 재미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신감각 신개념 아니면 완전한 리얼리즘 서부영화도 아니다. 그러니 특별한 자극을 기대하지 말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확실히 좋은 느낌의 감상이 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 그랬다.

 


일반 관객들이 서부영화하면 떠올리는 그렇고 그런 액션 장면들이 좀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지만, 그랬다면 전반적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드라마적인 프레임의 균형이 일그러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드라마적인 것이 (비록 의미 있는 이타주의 휴머니즘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특별하고 진한 감동이라고 볼 수도 없는데... 그런데 왜 필자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몰입해서 보게 되었을까?

 


일단, 시작부터 남주인공 ‘제퍼슨 키드(톰 행크스 분)’의 직업이 매우 특이해서 호기심을 끈다. 한국에서도 조선시대에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재밌는 이야기가 적힌 책을 읽어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하던데,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난 즈음 1870년대에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군중들에게 신문을 읽어주는 직업을 가진 이가 남주인공이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괜찮았는데 영화는 이 직업과 그렇게 관련이 깊은 이야기를 펼치지는 않는다. 이런 직업의 남주인공이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불행에 처한 소녀를 친척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이 영화의 뼈대줄기이다. 그런 여정 속에 당연히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서부영화답게 몇몇 불한당들을 만나서 총싸움도 벌이지만 완전히 사실성에 기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은퇴한 악명 높은 총잡이의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 외에 죽을 고비를 넘기는 총질 장면도 등장하지만 다소 허술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래도 관객의 취향을 타겠지만) 몰입해서 감상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우 불행했던 소녀와 남주인공 아저씨가 길을 가면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점점 정을 쌓이는 것이 과장되거나 자극적이거나 쾌락스럽지 않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드라마적으로 잘 표현된 것이 좋았다. 관객을 웃게 만드는 그런 에피소드는 없다. 있다면 딱 하나 마지막 장면뿐이다. 그런 면에서 리얼리즘적인 드라마를 잘 만든 것 같다. 이것이 어떤 관객에게는 매력적일 수도 있고 어떤 관객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다.

 


미약하게나마 필자 개인적으로 살짝 미소 짓게 만든 것은, 신문에 적힌 이야기에 몰입해서 경청하고 감동하고 또한 인쇄된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신문지를 선물로 받고 작은 행복감을 느끼는 젊은이를 보면서 그 당시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시대로 치면 새로운 기종의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게임기, VR기기 같은 최신 전자기기에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젊은이의 모습도 수십 년 후의 후손들에겐 의외라는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일 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도 불과 90년대까지만 해도 조간신문을 구독해서 집에서 또는 직장에서 하루 종일 곁에 두고 꼼꼼히 읽는 사람도 많았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과 테블릿과 노트북이 그 자리를 대체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1870년대 서부시대에 활자가 인쇄된 신문지와 그것을 읽어주며 마을과 마을을 여행하는 직업의 사람에게 발생한 사건을 함께 겪으며 여행하는 이야기의 영화가 필자에게는 이색적인 재미를 주었다. 이런 면에서는 색다르고 이색적인 서부영화인 것은 맞지만 이것이 요즘 시대 일반 관객들이 원하는 색다른 서부영화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다. (원색의 슈트를 착용한 슈퍼 히어로가 서부 영화에 설득력 있게 등장한다면 그제서야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감상할는지 모르겠다) 또한 새로운 빌런이나 총질 액션의 범주도 아니고 흥겨운 코메디도 아니다.

 


오랜만에 톰 행크스 배우의 연기에도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톰 행크스의 연기는 관객을 몰입시킬 정도로 충분히 좋았다. 그가 작년에 호주에서 영화 촬영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도 톱뉴스였는데, 그렇다면, 이 영화의 몇몇 장면의 로케이션은 호주의 어떤 서부영화 세트(또는 호주의 민속촌)이였을 거라고 상상하게 되어 흥미로웠다. 쉽게 구분할 수는 없는데 묘하게 기존의 서부영화의 마을이나 주택들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들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쪼록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감상했다가 좋은 느낌으로 잘 감상한 영화였다.

 


2021년 2월 14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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