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진 (Original Raw Photo) : 인터넷 검색

 

 

 

 

 

 

 

한국형 SF영화는 어때야 한다고 두리뭉실하게라도 윤곽이 정해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미 문화권 SF영화를 그대로 한국영화에 적용하는 것도 최선은 아닐 것이다. 영화 ‘승리호’는 최소한 한국 관객을 타겟으로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무난하게 통할 수 있는 주제와 소재로 승부를 건 한국형 SF영화의 일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골수 SF 매니아들에게는 그렇게 확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현시대 일반 관객들에게는 흥미롭고 재미있게 감상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대 수많은 관객들이 좋아하고 매료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이 영화의 이야기를 잘 만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디즈니 MSG’가 많이 가미된 한국형 SF영화라는 가면을 쓴 어드벤처 가족 영화 장르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서 한국형이라는 것에서 좋았던 점은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이 외국 SF영화를 자막 또는 더빙으로 감상할 때와는 천지차이로 차별되게 온몸으로 체감되어서 좋았다는 점이다. 한국형 SF영화의 본보기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만들어줘야 일반 한국인 관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흥미롭게 감상하고 골수 SF팬들이 허망한 불평까지는 쏟아내지 않고 그럭저럭 괜찮은 느낌으로 감상할 것 같다.

 


요즘 시대에 어느 지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무난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이 핵가족관계일 것이다. 이 영화는 복잡한 사연이 있는 딸을 향한 메이저 세계의 엘리트에서 마이너 세계의 바닥생활자로 추락한 남주인공의 부성애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의 이야기를 위해서 미장센된 SF적인 요소들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그럴듯하게 표현되지는 않아서 살짝 몰입에 방해가 되기는 했지만 (쉽게 말해서 다소 저학년 용 만화책의 SF 설정 느낌) 결국 주제와 이야기가 워낙에 요즘 시대 일반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거라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들의 인지도와 매력과 연기력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말이다.

 


하긴, 중요한 것은 인물들과 이야기이지 배경 설정이나 미장센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만족할만한 작품이고, 향후에 누군가 SF영화를 만들 때도 이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만 흥행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작품성 또는 국내외 골수 SF팬들을 매료시켜서 매니아까지 거느리는 호사를 누리려면 SF적인 요소를 어떻게 잘 표현할 지에 관한 좀더 높은 퀄리티의 향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한국 영화계 또는 문학, 애니, 만화를 통틀어 SF 관련 컨텐츠 생태계가 다양하지 못한 현실과 관련 전문가의 부족 (또는 전문가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다) 때문일 것이다. 향후에는 이 부분이 좀더 개선된다면 얼마든지 헐리우드 SF영화와 어깨를 다란이 하며 작품성을 겨룰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 전 세계에 당당하게 한국형 SF영화라는 명함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와는 별도로 김태리 여배우의 터프한 연기변신이 매력적이었다. 승리호의 장선장이 아파트 베란다 같이 생긴 우주선의 꽁무니에서 달랑 안전고리를 착용하고 총질을 퍼붓는 만화 같은 설정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김태리가 연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2편도 만들어질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김태리가 연기하는 장선장의 매력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흥행에 매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만들기에 따라서 일본 애니 ‘공각기동대’의 히로인 ‘쿠사나기’ 소령의 존재감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재밌게 잘 감상했다. 아마도 구정 또는 추석처럼 가족들이 모여서 감상해도 무난히 괜찮은 영화이다. 그래서 구정 쯤에 넷플릭스 개봉을 했는지도 모른다. 구정을 세는 한국, 중국 기타 유교 문화권에서 가족들이 모여서 볼 수 있는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요긴할 것이다. 적어도 명절이라 방문객들이 많이 와서 자기 방에 혼자 처박혀서 영화나 몰래 감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잔인한 장면이나 애로틱한 장면이 나와서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는 딱 그 순간에, “삼촌, 뭐해?”라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확 열고 들어오는 조카에게 화들짝 당혹해하는 얼굴을 보여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영화다. 

 


2021년 2월 9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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