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인터넷 검색

 

 


지난해 김기덕 감독이 불운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생활을 놓고 이런 저런 논란이 많지만 이 글은 그것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김기덕 감독의 수많은 작품과 영화라는 매체와 현실에 관해서 짧게 개인적인 생각을 끄적여 볼 뿐이다.

 


현재는 해외 관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한국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된 현상에는 인터넷과 넷플릭스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해외에서 명감독으로 추켜세워지는 한국 출신 감독은 예나 지금이나 가물에 콩 나듯 흔하지 않은 것은 여전하다. 물론 한두 작품의 단편, 중편, 장편으로 해외 비평가들과 골수 영화팬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는 감독들은 간간히 나오지만, 워낙에 현시대가 흥행이 중요시되는 세상이라 그런지 감독들도 흥행성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소위 진한 작품성으로 추켜세워지는 작품을 기피하는 것도 현실이다.

 


각설하고, 현재 해외에서 작품성 있는 여러 편의 장편 필모그라피로 명감독으로 추켜세워지는 한국 출신 감독으로는 박찬욱 감독, 홍상수 감독, 봉준호 감독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기덕 감독이 여기에 속했었다.

 


이들 감독들이 어떤 작품성을 펼쳤는가에 관해서는 인터넷과 잡지와 서적을 뒤져보면 수많은 내용을 읽어볼 수 있다. 또한 유튜브에서도 어렵지 않게 시청할 수 있다. 그러니 생략하고... (사실 필자가 감당했다가는 머리와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아서 피함)

 


일단 세계적으로 유명한(물론 남녀노소 다 안다는 뜻은 아니고 영화를 많이 사랑하는 전 세계 영화광들에게 유명하다는 뜻) 한국 출신 3분의 감독과 김기덕 감독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요즘 코로나 판데믹으로 사회계층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이와 관련 있다. 쉽게 말해서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해지고 깊어지는 세상이라는 얘기고 향후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무튼 투자되는 자본이 큰 척추를 담당하는 영화 매체에서 이런 저런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름대로 성공하는 감독은 대단한 능력과 운을 필요로 하는데 일단 위에서 말한 4분 중에 3분은 소위 중산층 또는 상류층에 속했었고 현재에도 그렇다.

 


자꾸 글이 산으로 가려고 하는데 바로 잡고서... 필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지 김기덕 감독이 전 세계적으로 매혹적인 작품성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의 출신 배경이 하층민 출신이었는 점이다. 게다가 가방끈도 짧았다. 다른 3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유교 기반 사회에서 학연, 지연이 없는 사람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영화를 여러 편 만들었다는 것은, 위의 3분 감독이 ‘개천에서 여의주를 빨며 용이 솟았다’고 볼 수 있다면 김기덕 감독은 ‘시궁창(하수구)에서 불을 내뿜으며 용이 솟았다’고 말할 수 있다. 모른긴해도, 앞으로의 한국 영화 역사에서 전무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앞으로는 김기덕의 기록을 깨는 감독이 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저 시대적인 운을 잘 탔다고 감안하더라도(그 시대에는 세기말적인 파격적인 과장이 통하던 시대였다는 정도) 다른 수많은 비슷한 감독들이 그냥 이슬처럼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김기덕 감독의 여러 편의 영화에는 특별한 작품성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분야든지 마찬가지지만 자본과 인맥(학연, 지연)과 환경(출신 계층)이 중요한 무기가 되는 한국 영화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영화를 여러 편 만들어내서 세상에 발표하고 저 세상으로 떠난 김기덕 감독의 이런 의의를 높게 인정해주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순수미술을 대표하는 이중섭 화백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먹고 살기도 힘든 그 시대에 또한 6.25 전쟁 이후의 피폐해진 시대에도 아름답고 독특하고 순수한 내용의 그림으로 예술혼을 불태웠다는 것에 큰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가방끈 짧은 하층민 출신이 전 세계를 향해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영화 작품을 여러 편 남겼다는 것을 그의 사생활과는 별개로 미래에는 재평가되고 연구되고 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되씹어보게 될 것으로 예측해 본다.

 


다소 비약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프랑스 학교에서는 ‘나폴레옹 같은 사람(자기관리의 장인)이 되라고, 그렇지만 그처럼 행동(유럽 정벌)하지는 말라’고 가르친다고 들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어떤 젊은 영화감독 지망생에게 불우한 환경에 굴하지 말고 영화적인 열정과 동시대와 확연히 차별된 영화의 작품성으로 불태운 김기덕 감독을 본받으라고, 다만 그의 사생활은 절대로 따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여담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가 매우 어렸을 때 초등학교(또는 국민학교) 다닐 때 학교에는 예쁜 여학생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남학생이 있기 마련인데, 거의 깔끔하게 옷을 잘 입고 공부 잘 하고 귀티 나는 남학생이 쉽게 여자의 환심을 거머쥐었었다. 그런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비유하자면 관심있는 여학생이 고무줄 놀이를 할 때 줄을 끊고 도망치거나, 여학생의 등뒤로 몰래 다가가 머리끄덩이(포니테일)을 살짝 잡아 당겼다가 도망치는 것으로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소위 짓궂은 남학생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월 2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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