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서양장기 ‘체스(chess)’에 관해 잘 모른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넘쳐나던 먼 옛날에 여느 아이들처럼 규칙을 익히고 잠깐 둬본 적은 있지만 깊게 빠져들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특별히 체스를 둘 기회가 없었기에 까맣게 잊고 살았다. 이처럼 체스를 잘 모르는 필자조차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몰입해서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만큼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총 7편이나 되지만 좀 긴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느낌이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철저하게 여주인공 ‘베스 하몬(안야 테일러 조이(Anya Taylor Joy) 분)’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간다. 그녀가 어떻게 체스왕(여왕이라고 해야 옳지만)이 되었는지 살펴보게 되는 재미가 흥미진진하다.

 


감독의 영상미의 특징으로는 이런 저런 시대상황적 군더더기로 장식하는 낭비를 하지 않고 오로지 여주인공과 밀착된 것만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몇몇 매력적인 남자와 사랑에 빠져 발전해나갈 듯하면서도 결국 이렇다 할 러브스토리는 펼쳐지지 않았다. 그저 육체적인 간결한 동침 이후의 장면을 던져줄 뿐이었다. 체스왕이 되는 길에는 설령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달콤한 사랑에 빠져 몽롱한 환희의 세월을 보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 어떤이에게는 고작 기껏 한낱 체스 따위겠지만 어떤이에게는 일평생 가장 잘 선명하게 보이는 각인된 인생의 이정표일 것이다.

 


체스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애 관심 없는 사람도 이 영화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영화를 흥미롭게 감상했다고 해서 체스라는 게임에 매료되어 빠져드는 일도 매우 드물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체스 자체에 대한 정보를 심도있게 다루지는 않고 드라마적인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요즘 나름대로 다양한 작품으로 잘 나가는 ‘안야 테일러 조이(Anya Taylor Joy)’의 연기력에 매료되어 차기작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이 작품을 만든 스콧 프랭크 감독의 차기작도 매우 기대된다. 감독의 영상미와 연출력이 매우 좋게 느껴졌기에 차기작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11월 15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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