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흥행작 ‘부산행’에서는 그다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다음 작품 ‘염력’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연상호 감독의 영화 취향으로 B급 정서가 있다. 관객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많이 갈리는 B급 정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시대에 따라 여러 예술 분야에서 각광을 받았던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에, 요즘 시대는 B급 정서가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전무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연상호 감독의 이전 히트작 ‘부산행’의 세계관과 이어지는 작품이라 기대감이 들었고, 예고편을 보고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었었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고 그냥 그럭저럭 볼만 했다. 그 이유를 반추해보니,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B급 정서가 제대로 맛깔나게 녹아있지 않은 것도 눈에 띄는 이유인 것 같다.

 


폐허가 된 좀비 투성이 도시에서 정신착란증세 노인과 어린 딸 두 명과 엄마가 지나칠 정도로 ‘때깔 좋게’ 잘 살고 있다는 설정이 B급 정서가 아닐 수 없다. 정신 나간 노인이 통신장비로 헛짓거리를 한다고 무시당하지만 사실은 통신에 응답해서 그들을 구조하러 온다는 것도 B급 정서가 아닐 수 없다. 수많은 군인들이 거의 모두 몰지각한 인간성에 빠져서 비인간적인 오락에 빠져 살아간다는 설정도 B급 정서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B급 정서를 좋아한다. 특히 SF장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극한의 혼돈 이후의 세계관에서 B급 정서는 상상력을 풍부하게 제공하며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현시대적으로 잘 살려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스케일이 작아 보였다. 단지 미친 소규모 군부대 지역에 엉성한 전투를 하며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클라이막스 에피소드일 뿐이다. 그리고 끝부분에 두 아이의 엄마를 구출하느냐 마느냐의 장면이 너무 질질 끌었고 답답했다. 예고편에서 혐오스런 좀비뭉치더미는 뭔가 굵직한 역할을 하는 특별한 괴물인가 했는데 그냥 예고편에서 보여진 게 다 였다는 것도 실망스러웠다.

 


재미있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고, 이야기는 쉽고 빠르고 전형적인 장르 친화적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럭저럭 몰입해서 감상할 수는 있었다. 컴퓨터 그래픽 퀄리티가 B급 수준이지만 한국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볼만은 했고, B급 정서의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을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하게 잘 녹여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한편, 어떤이는 이렇게 질문을 던질 지도 모르겠다. “그럼 네가 좋다고 생각하는 B급 정서는 도대체 뭔데?” 마침 이 영화를 감상한 후 어쩌다가 몇 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2015)’를 다시 감상하게 되었는데 혀를 내차며 “바로 이게 제대로 요리된 B급 정서지!”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면 특히 캐릭터 설정에 B급 정서가 아주 잘 녹아있다. 여전사 퓨리오사가 외팔이인데 거친 남자들을 이끄는 사령관이라는 것, 대개 최고 지배자들의 외형이 욕심 많고 심술궂은 멧돼지 같다는 점, 모델 뺨칠 정도로 아름다운 몸매의 여자들이 이런 세계에 아무렇지도 않게 여러 명 등장한다는 점, 할머니들이 오토바이를 타고다니며 용맹하게 전투를 한다는 점, 여러 할머니들도 전투를 하다가 죽는다는 점, 굳이 전자 기타를 치며 전의를 불태우는 전사, 그리고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정... 영화 역사에 획을 그은 엄청난 자동차 추격전의 명장면을 잠시 잊고 B급 정서가 얼마나 흥미롭게 녹아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면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영화 반도의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면 여전히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가 무수히 많고 흥미진진해 보이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13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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