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온라인으로 상영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기사를 접하며 나름 호기심이 증폭되었고 또한 제목에서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짐작되는 액션 장르였기에 허겁지겁 감상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간단한 감상글을 적어본다.

 


일단, 개인적인 취향에 기인하지만, 국내에서 보기 드문 국내 주거지를 반영한 가까운 미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의 배경이 마음에 들었다. 거대도시에 즐비하게 늘어선 칙칙하고 낡은 회색빛 건물들... 어딘가 분명히 CG를 활용했을 텐데 짧은 시간에 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현실감 있게 잘 만든 점이 좋았다.

 


시대적 배경이 근미래라지만 감독이 본격적인 SF장르를 노린 것 같지는 않고 다만 파릇파릇한 젊은 주인공들이 최신식 소총을 들고 작당을 하는 현실감 있는 총소리의 액션을 넣어야겠는데, 지금 현시대 국내에서는 너무 황당한 비현실적이므로 부득이하게 근미래로 설정한 것 같다.

 


이야기를 살펴보자면, 분명히 액션 장면이 많이 들어갔는데 매우 현실적인 장면이 많아서 최근 할리우드 킬링 타임용 액션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 같은 경우에는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이 영화에서 차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관객이 주인공 3인조와 일행이 되어서 스멀스멀 칠흑의 범죄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보통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관객은 안전한 장소에서 (구름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전능한 신처럼) 지상의 온갖 휘황찬란한 액션을 감상하는 것과는 차별되게 관객이 마치 주인공들과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 같은 영상미였기에 흥미진진했다.

 


솔직히, 필자는 이 영화를 심야에 홀로 감상하다가 중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무 몰입이 되는 상황에 섬뜩한 분위기와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더 이상 감상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음날 밝은 대낮에 가끔 소리를 줄이기도 하고 화면을 작게 만들기도 하면서 끝까지 감상했다.

 


생각해 보면, 줄거리만으로 치면 매우 직선적이고 간단하고 특별할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비슷한 줄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는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 느낌에 (게다가 한국을 배경으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할 것 같은 소시민적인 한국 젊은이들이 주인공인) 리얼한 액션 영화 또는 느와르 영화는 없었던 같다.

 


이야기 자체보다는 영상미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분위기와 현실감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정체성을 생각해볼 때 이것이 더 높은 경지의 중요한 항목이다. 이야기만을 따진다면 소설, 연극, TV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연극, 뮤지컬... 등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심지어 잘 다듬어서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 느낌은 다른 매체로는 만들기 매우 힘들 것 같다. 영화라는 매체가 잘 할 수 있는 특기인데 그것을 잘 다뤘기에 이 영화가 매력적이고 작품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앞에서 말했지만, 초반에서 중반까지 보다가 감상을 멈출 정도로 관객(필자)를 소용돌이 속으로 빨아들였는데, 그런 강력한 매력이 후반부에는 다소 약해진 감이 있어 살짝 아쉽기는 했다. (아무래도 상업적인 성공도 고려해야 했으므로 보편적인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터미네이터 같은 킬러가 초반에 비하면 다소 날카롭지 못한 행동을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일반적으로 전문 킬러들은 자신과 비등비등한 능력의 사냥감을 만났을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사냥을 즐긴다는 것이 상식적인데 이 영화 속 킬러는 자신의 능력보다 한참 떨어지는 풋내기 애들의 사소한 것에 감동해서 몇 번이나 살려준다는 설정이 초반에 봤던 엄청나게 냉혹한 킬러의 모습과 직결되지 않아 다소 몰입감이 떨어졌다. 또한 킬러가 그렇게 엄청나게 전문적인 실력을 (영화적 기교를 가미해서) 갖춘 것 같지도 않는데 그렇게 끈질기게 목숨을 연명하는 것과 몇 방의 총탄을 맞고 바닷물에 빠졌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종반부의 설정도 그동안 매우 현실적이었던 이 영화의 분위기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 이질감이 들었다.

 


그러나 다른 관객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후반부의 단순한 이야기는 마음에 들었다. 킬러를 뒤에서 지원해주는 비밀 정부 권력층이 있는 것 같은데 굳이 그것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장면이 없는 것은 맘에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초반부터 형성하고 진행된 영상미의 성격과 다소 동떨어져서 (매우 장르 오락 액션 영화 같이 느껴져서)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기훈(최우식 분)과 그의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짧게 대사로만 처리한 것도 좋았다. (이것을 잔인한 장면이나 컷들로 보여줬다면 역시 흔한 장르 오락 액션 영화 같아서 평범한 수준의 액션 영화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끝부분에서 주인공 준석(이제훈 분)이 기훈을 판타지적으로 상상하는 장면은 여운과 아련함이 맴도는 것 같아 좋았다.

 


이 영화와 연결되는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혹시 이미 작정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주인공 준석이 어떻게 하다가 깜빵에 갔는지에 관한 프리퀄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고. 또는 준석이 기훈과 그의 부모님에 대한 일로 거대 조직을 향해 복수하고 그리고 킬러에 대한 정산(누군가 한 명이 죽어야 끝나는 게임)을 매듭짓는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다. 어떤 쪽이든지 매우 흥미로워 보인다.

 


2020년 5월 9일 김곧글(Kim Godgul)

 

 

 

 


댓글을 달아 주세요



   







Running Up 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