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OWER IN HELL

 

 

원래 사진 (Original Raw Photo) : '지옥화(1958)'

 

 

 

 

 

 

영화 ‘지옥화(1958)’ 감상글

 

 

 

195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이 국내영화는 얼핏 보면 1980년대 흥행했던 국내영화 스타일과 매우 닮았다. 여주인공이 미군부대 주변 기지촌에서 매춘을 업으로 하는 육감적인 젊은 창녀이고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순수한 젊은 남주인공과 육체적인 사랑을 하는 내용이 큰 줄기로 다뤄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시 한국사회체제가 타락시킨 여인(술집 여자, 창녀, 사기꾼, 도둑, 다방 레지...), 그리고 평범한 남자와 달리 그런 그녀라도 속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순수한(순진한, 순박한) 남자, 이들 두 남녀가 각양각색의 사랑을 엮어가는 줄거리는 80년대 한국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소재였다. 게다가 시대적인 불가피한 필요성으로 매우 노골적으로 야한 장면도 첨가되었다.

 


2020년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얼핏 80년대 한국영화를 떠오르게 했던 5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한국영화 ‘지옥화((地獄花, 1958)’의 내용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중요한 부분에서 서로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 얼핏 보기에 ‘지옥화’의 주인공들은 여지없이 80년대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여주인공은 미군부대 근처 기지촌에서 주로 미군을 상대하는 창녀이고, 남주인공은 기지촌에 거주하는 건달(놈팽이)와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순수한(순박한, 도시생활에 찌들지 않는) 젊은남이다.

 


그러나 ‘지옥화‘의 제목이 80년대처럼 미군을 상대로 매춘을 하며 살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어떤 젊은 여자들의 애증의 삶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제목의 ’지옥‘이 그런 의미의 ’지옥‘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여러 명의 남자 건달들이 나오는데 그들은 창녀들이 거주하는 창녀촌 주변에 살고 있다. 아마도 창녀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업종의 남자들인 것 같은데 그런 것이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지는 않다. 건달들이 하는 진짜 일은 미군 부대에서 몰래 물건들을 훔쳐다가 한국의 재래시장에 판매해서 이윤을 챙기는 일이었다. 여러 창녀들이 미군들과 흥겨운 댄스파티를 벌리고 있는 사이, 건달들이 몰래 미군부대 철조망을 뚫고 물건들을 훔치는 장면이 전반부에 나오고, 후반부에는 미군의 물자수송열차를 탈취하는 제법 규모가 큰 범죄를 저지른다.

 


건달무리 중에 남자주인공 ‘영식(김학 분)’이 있고, 여자주인공 ‘소냐(최은희 분)’는 그의 연인이고 직업은 창녀이다. 그런데 영식의 동생 ‘동식(조해원 분)’이 군대를 제대하고 형 영식을 찾아 서울로 상경했다가 깜깜무소식이었던 형을 재래시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펼쳐진다. 동식은 영식에게 같이 고향 시골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같이 살자고 애원한다. 그러나 영식은 이미 대도시의 어두운 지하경제세계에 잔뼈가 굵을 정도로 물들었기에 단호히 거절하고 동식에게 혼자 내려가라고 종용한다.

 


출중한 미모의 창녀 소냐는 건달 애인 영식의 순진하고 순박한 미남 동생 동식을 유혹한다. 동생은 한순간의 젊은 혈기와 욕망에 이끌려 소냐의 유혹에 굴복하여 그녀의 육감적인 육체를 탐하게 된다. 며칠 후 소냐와 동식은 밀애를 탐하는데, 의심을 품고 뒤쫓아온 영식이 밀애 현장을 급습하여 명백히 사태파악을 하고 주먹으로 동식의 얼굴을 가격하고, 손바닥으로 쏘냐의 뺨을 후려친다.

 


그 일로 소냐는 그렇지 않아도 별로 마음에 없던 영식을 멀리하게 된다. 그러나 놈팽이 건달인 영식을 함부로 뿌리쳤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뻔하므로 지능적으로 헤어질 궁리를 하는 동시에 이미 그녀의 마음은 동식에게 빠져있어서 그와 함께 기지촌을 멀리 떠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꿈꾼다. 그러나 동식은 소냐와는 전혀 달리 마음을 냉정하게 추스르고 소냐에게 형 영식과 잘 살아달라고 부탁하고 형의 요청대로 홀로 고향 시골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어느 날 영식은 건달무리들과 규모가 제법 큰 범죄를 마지막으로 실행한다. 잘 성공해서 돈을 두둑이 챙겨서 소냐와 같이 멀리 떠나서 평범한 부부처럼 살 계획을 한 것이다. 영식의 범죄는 미군의 물자수송열차를 탈취하는 거였는데, 이를 알게 된 소냐는 영식과 헤어질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헌병대에 전화를 걸어 낱낱이 고발한다. 소냐는 동식에게, 영식을 감옥으로 잡혀 들어가게 한 후, 함께 멀리 떠나 보통 사람처럼 행복하게 살자는 달콤한 제안을 한다. 동식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듯이 소냐의 제안을 단호히 뿌리치고 형을 구하러 트럭을 몰고 건달무리를 뒤쫓아간다. 소냐는 지나던 차를 잡아타고 동식을 뒤따라간다.

 


결국 영식과 건달무리는 거의 성공할 뻔한 범죄를 뒤쫓아온 헌병대한테 일망타진되다시피 하고, 영식은 권총을 쏘며 저항하다가 실탄을 맞게 되고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며 도주하는데, 동식은 영식을 만나고 그의 도주를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동식을 뒤쫓아와서 그에게 애원하는 소냐의 모습을 영식이 우연히 보게 되고 울화가 치밀어 소냐를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영식이 자신도 총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소냐 옆에 나란히 누워 숨을 거둔다. 대충 이런 줄거리이다.

 


즉, 영화 ‘지옥화’의 스포트라이트는 미군부대 주변 기지촌이라는 시대가 부득이하게 낳은 매음굴의 창녀들의 애증의 삶이 아니라, 큰 돈벌이를 쫓아 대도시 서울로 상경한 농촌 출신 남자(영식)의 파멸된 어두운 삶을 아직 전통적인 향토의 순수한 인간성이 남아있는 동생 동식과 대비시키고(순수했던 동식도 서울 기지촌에 와서 뱀과 같은 소냐의 유혹에 넘어가 일시적으로 타락하게 된다. 이는 간접적으로 영식의 과거 행적을 암시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는 천륜(가족 간에 지켜야할 인간사회의 기본적인 도리)이라는 것도 서슴없이 파괴하게 만드는,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풍요를 쫓는 현대사회(1950년대)의 폐해를 반성하며 최소한 전통적이고 인륜적인 가족사회는 지키고 보존해야 하지 않겠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제목의 ‘지옥’은 천륜을 깨게 만들기조차 하는 현대사회(1950년대)를 가리키는 ‘지옥’이다. 즉, 미군부대 기지촌과 창녀는 단지 대중의 호기심을 끌기 위한 소재였을 뿐, 영화의 주제나 메시지와 필연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은 없다. 이것은 80년대에 비슷한 스타일의 일부 명작 한국영화와는 차별되는 점이다. 80년대에는 여성의 인간성을 파멸시키는 장소로서의 창녀촌이고 현대사회가 어떻게 여자를 억압하고 지배하는지 (또한 보통 창녀촌은 군사정권이 평범한 사람을 또는 문화예술을 어떻게 억압하고 지배하는지를 은유했고, 미군부대 주변 기지촌의 창녀의 경우에는 그 당시(80년대) 주한미군에 대한 반감을 우회적으로 표현) 관련 메시지를 야한 장면과 더불어 관객을 매료시켰는데, 영화 ‘지옥화’에서의 천륜(전통적인 가족관계)를 깨게하는 현대문명을 비판하며 인본주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관과 가족(이때는 핵가족이 아니라 대가족을 말함) 위주의 질서를 보존하자는 메시지라는 점과 차별된다. (이런 주제의식은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인 60년대 전후의 고전명작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편, 이 영화의 소중한 가치 또는 매력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50~60년대 한국 고전영화에서 최고 톱스타였던 ‘최은희’ 여배우의 육감적인 몸매와 매혹적인 악녀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은희는 한국적인 다소곳하고 정갈한 전통 여인상을 잘 연기한 것으로 유명한데,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은 정반대의 연기(창녀 연기)도 매력적으로 잘 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또한, 최은희 여배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한국 고전영화의 중추적인 위상의 신상옥 감독의 초창기 색다른 작품이라는 점의 가치이다. 신상옥 감독의 절정의 전성기 작품은 여성적인 감수성을 잘 헤아리고 인간의 감정과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한국적으로 전통적인 보수성이 짙은 이야기와 영상과 주제의식이 특징인데 그런 것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초창기 작품이라 남다른 가치가 있다. 50년대 후반 국내 영화 제작 여건은 오늘날과 비교하면 매우 빈곤했을 텐데 그런 것을 너그럽게 감안하며 감상한다면 요즘 시대 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것이 담겨있는 한국 고전영화를 보는 재미는 미국과 유럽의 명작 고전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차별되는 깊은 어느 곳의 익숙하고 친숙한 울림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2020년 3월 29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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