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관련 봉준호 감독이 직접 해설해주는 Vanity Fair 동영상을 보다가 필자가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이 떠올라 적어본다.

 

 

영화 초반에 기우와 민혁이 동네 슈퍼 문밖 파라솔에 앉아 소주 한 잔 나누는 장면이 있다. 아래 동영상에서 이 장면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의도적인 연출을 설명한다.

 

 


영화 '기생충' 관련 Vanity Fair 동영상 

 

 


VF영상에서 봉감독은, 기우보다 상대적으로 부유층에 속하는 민혁을 데코레이션 하는 미쟝센으로 이탈리안 스쿠터, 비싼 캐주얼 정장, 비싼 손목시계 등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필자가 지금 이 파라솔 장면을 다시 보는데,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린 것 같다. 그것은 조명빛이다. 민혁의 머리 뒤로는 뽀시시한 금빛이 환하게 빛난다. 기우에게는 그렇지 않다.

 


중세 시대 서양화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주로 예수님이나 성자들 머리 주변에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고, 이후 시대 그림에서는 머리 뒤로 환한 창문이 있는 경우로 변형되기도 했다. 즉, 주변의 다른 인물보다 뭔가 높은 경지의 고귀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부유한 사람에 적용한 것이다. 민혁과 달리 기우의 배경은 상대적으로 칙칙하고 어둡다. 아무튼 이런 방식의 표현도 서양 관객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 같다. 그들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순식간에 흡수되는 미학이었을 것이다.

 

 

민혁의 배경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부유하다는 의미)

 

기우의 배경은 (같은 장소인데도 민혁과 비교해서) 칙칙하고 어둡다.

 

.........

 

 

그리고 VF영상에서 기우가 “나보고 대학생인척 하라는 거야?” 말하는 순간 배경에서 마을버스가 부르르르릉! 지나간다. 당연히 이것도 봉감독이 의도한 연출이다. 대사를 칠 때 우연히 버스가 지나간 것은 아니다(타이빙이 절묘한 것으로 볼 때 이 버스가 CG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필자가 처음에 영화를 봤을 때 이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었다. 기발한 연출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VF영상에서 봉감독은 버스가 화면의 우측에서 좌측으로 비스듬히(이것이 중요하다) 달려간다고 화살표를 그려준다. 이것은 기우가 ‘기생하러 들어간다’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버스의 엔진 소음은 다음에 이어질 서스펜스적인 배경음악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기본적인 연출 기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기우가 "나보고 대학생인척 하라는 거야?" 라고 말할 때 배경에 버스가 빠르게 지나간다.

 


필자가 이 버스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생각했던 것은 (위에 적은 조명 연출은 못봤었고)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알려주는 장면이다. 즉, ‘이렇게 해서 사기를 치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라고 소개하는 장면이다. 즉, 그 전까지 장면들은 그냥 가족들을 소개하는 정도의 장면이라면 이 장면은 흥미로운 놀이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같은 장면이라는 뜻이다.

 


이 장면에서 필자가 혀를 내두르며 놀랐던 것은 기우가 “나보고 대학생인척 하라는 거야? (나보고 사기를 치라는 거야?)”라고 말할 때 배경에서 버스가 하필 내리막길로 지나갔다는 점이다. 그냥 평탄길(좌에서 우로 또는 우에서 좌로) 지나간 게 아니란 점이다. 물론 봉준호 감독은 내리막길로 지나가게 한 것은 기우가 ‘기생충처럼 들어간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가 처음 이 장면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던 것은 버스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것은 “자! 이제 롤로코스터 타는 것처럼 짤릿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볼까요?” 라고 소개하는 것을 멋지게 지능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스가 내리막길로 간 것은 (필자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이상한 토끼를 쫓아 토끼굴로 ‘들어가면서(내려가면서)’ 본격적인 환상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또한 단테의 ‘신곡’에서도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베르길리우스(이 영화에서는 민혁에 해당)가 단테(이 영화에서는 기우에 해당)를 이끌고 지옥으로 ‘들어가면서(내려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구 문화권에서 단테의 ‘신곡’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얼마나 존재감 있는 작품인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이것도 서구문화권 관객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흡수되는 부분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필자가 생각한 이런 것까지 봉준호 감독이 생각하고 버스가 내리막길로 달려가는 것을 하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하는 대문에 넣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필자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닭살 돋았었다. 어쩌면 꿈보다 해몽이 너무 깊었는지도 모른다.

 


2020년 2월 15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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