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을 열연한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가 한국을 방문해서 아이돌스타 부럽지 않을 만큼 한국팬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사를 우연히 스쳐보게 된 것도 있고, 넷플릭스에서 따끈따끈할 때 개봉해준 것도 있고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감상했다.

 


이 영화는 비록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력을 인정받은 영화계의 아이돌스타이지만 컴퓨터 게임에 친숙한 요즘 시대 십대들이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며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스타일은 아니다. 티모시 샬라메에 열광한 젊은층(10~20대)이 이 영화에 과연 빠져들어서 감상했을까? 거의 아니라고 보여진다. 오히려 수십년전 진득하고 질퍽하고 칙칙한 스타일을 좋아했었던 30~40대 관객들의 취향에 훨씬 더 맞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매우 기분 좋게 흥미롭게 감상했다.

 


얼핏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을 예전의 명작 영화에 빗대어보자면, ‘대부1, 2’ 또는 ‘글래디에이터’ 느낌이 난다. 그런 명작의 반열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의 내러티브를 기꺼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만약 이런 명작들을 지금 시대에도 그럭저럭 흥미롭게 감상하는 젊은층 관객이 있다면 이 영화를 기분 좋게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대감을 만족시켜준 액션 장면이 종반부에 몰려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이야기 자체의 긴장감을 즐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소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부 또는 권력을 거머쥐게 된 인물의 외롭고 차갑고 고독한 내면과 냉혹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현대인은 누구나 어느 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다수 현대인은 20대 초반까지는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풍요롭게 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네 친구도 있고, 학교 동창도 있고, 군대 동기도 있고, 교회(또는 절) 친구도 있고, 직장 동료도 있고, 취미 모임 친구도 있고,...... 그러나 30대, 40대를 지나가면서 이들 지인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게 되고 각자의 인생 또는 부득이한 생계에 집중적으로 몰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거의 다 개별적인 별개의 타인과 다름없이 된다. 결국 대부분의 현대인은 이 험난한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존재나 다름 없게 된다. 물론 그의 핵가족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것이 반드시 철옹성은 아니다. 언제라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유리성 또는 얼음성일 뿐이다(그래서 각자의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제는 거의 누구나 이런 것을 감내해야하고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듯하다. 이 영화가 역사극을 즐기는 매니아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있다면, 이런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또는 좀더 범위를 좁히면 어떤 분야에서 (본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천운이 따랐기에) 젊은 나이에 천문학적인 규모로 부와 명성을 거머쥔 자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비열한 악당에 가깝게 묘사된 프랑스 왕자 역을 ‘로버트 패티슨(Robert Pattinson)’ 배우가 파격적이고 인상적이고 매력적으로 잘 연기했다. 어쩌면 여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야비한 악당으로 한번 쯤 봤음직한 캐릭터라는 느낌도 든다. 만약, 프랑스 왕자를 멋지고 근사하고 정직하고 훌륭한 또는 인간적인 풍채가 느껴지는 인품으로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실제 역사에서는 두 사람의 혈투가 어땠는지와는 무관하게, 픽션적으로 정말 멋들어지게 싸웠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일장일단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 스타일이 좋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 내 현실이 TV 예능 프로처럼 달콤하게 살살 녹는 삶이 아니라서 그런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런 분위기의 영화가 또 나온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것이다.

 

 

2019년 11월 23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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