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tree




무언가를 하고 싶거든, 아기는 생각한다.




무언가를 하고 싶거든. 아기는 생각한다. 뭐 하지? 오늘은 쉬는 날. 오늘 뭐 하지? 먼저 빨래를 해야지. 귀찮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좀 있다 꼭 할거다. 정말 한다니까. 그 다음에 뭐하지? 미용실에 갈까? 화장품을 사러갈까? 아직 쓸 거 많아. 옷이나 사러갈까? 사서 한 번도 안 입어 본 옷이나 입어주고 사도 늦지 않아. 때가 되면 어련히 입겠지. 일부러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고, 폰이 잠잠하다. 혹시 전원이 나갔나? 그건 아닌데. 그래 지금이 좋을 때다.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멀리 해야지. 시간 낭비다. 안녕, 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습관화되었다. 지금 결판낼 수 없어. 서서히 줄이긴 해야 할텐데. 그래서 뭐 하지? 오락이나 할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냐. 책을 읽을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냐. 영화나 볼까? 지금 이렇게 좋은 날씨에 집에서 영화나 보면 쓰겠어. 그럴 기분이 아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왜 이렇게 빨라. 뭔가 해야지. 나의 소중한 시간, 시간, 시간. 일단, 과자를 씹고 커피를 홀짝이고 과자를 씹고 콜라를 들이키고 배가 부르다. 포만감. 밖으로 나간다. 길을 걷는다. 겨울 나무가 푸른 옷을 걸치기 시작하는 찰나들이다. 많지 않은 새들이 지저귄다. 순수하게 경치에 취해서일까? 그저 포만감 때문일까? 잔잔한 감동이 올라온다. 트림이 아니다. 정말 감동이라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감동. 정말? 거의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언젠가 저 나무에도 열매가 열리겠지? 열매가 열리는 나무라면 당연히 열리겠지. 열려야 해. 날 위해서라도. 아기는 생명력의 열매가 먹고 싶다구. 달콤한 과즙이 떠오른다. 입안에 침이 맴돈다. 길을 걷는다. 사뿐사뿐. 저벅저벅. 맑은 햇살이 아기의 피부를 더듬는다. 새들의 날갯짓 소리가 푸드득 나뭇가지 사이로 흩어진다. 아기는 생명력의 열매를 생각한다. 먹고 싶다. 그건 그렇고 오늘 뭐 하지? 뭐 한다고 했었더라?



2019년 1월 29일 김곧글(Kim Godgul)




PS. 이 시의 초고는 몇 년 전에 쓴 것인데, 오늘 약간의 수정을 거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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