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야(2013)  

  

워낙에 홍보를 많이 해서 그런지 기대감만 높아졌었는데, 그래도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 로맨틱 코메디 컨셉 기획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류의 영화는 작품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상영 당시 트렌드와 궁합이 맞으면 수많은 관객에게 짜릿한 재미와 감동과 달콤함을 선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차갑게 식은 피자를 먹는 느낌이 든다. 이 영화는 방금 출고되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피자쯤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엄청 재밌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멈출 정도는 아니었다. 엄청난 홍보에 따른 기대치를 낮추고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한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결혼을 앞둔 여러 커플들이 나와서 나름 로맨틱한 사랑과 연애와 전쟁을 하는데 그럭저럭 볼만했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는데 그 제목에서 '김태희가 밭 매는 나라에서 온 여인'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김태희를 닮은 '구잘 투르스노바'의 연기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비주얼만큼은 이 영화에서도 증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일 아트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네일 아트를 하는 종사자가 이 영화의 소미(이연희 분) 같은 비주얼이면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몰려들어서 네일 아트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에서 소미는 비즈니스 여행에서 만나 진하고 깊은 로맨틱한 밤을 보낸 경수(주지훈 분)를 못 잊고 결혼식을 코앞에 둔 신랑 원철(택연 분)과 이별한다는 설정이 마치 뉴욕의 어떤 젊은이들의 충동적인 또는 운명적인 연애관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이질감이 들었지만, 혹시 소위 말해서 남녀간의 속궁합이 더 맞았기 때문에 소미가 선택을 번복할 것일까?, 자기 자신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이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웨딩 플래너 이라(고준희 분)라는 여인상, 비뇨기과 의사 주영(김효진 분)이라는 여인상도 현대 시대에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인은 현실감과 공감을 느낄 수 있는 편에 속했다. 그에 비해서 남자는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다소 현실감과 공감이 적게 느껴졌다. 대개 로맨틱 코메디가 여성 관객이 타겟인 경우가 많고 때문에 남자 배역은 다소 여성 관객이 좋아할만하게 이상적으로 포장되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도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 장르이지 드라마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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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부른다(2013)  

  

이 영화는 뭔가 끌려서 본 것은 아니고 마침 연말이고 호기심에 보게 됐다. 이 영화는 여성영화 장르에 가깝다. 때문에 왠만한 일반 남자관객이 본다면 중간에 멈춰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재미라는 측면은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것을 싫어하고 이런 류의 일본 영화 스타일을 좋아하는 영화 매니아 또는 관객이 본다면 나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과거에는 이런 느낌의 일본영화를 꽤 많이 본 것 같다. 지방 소도시에서 어깨에 힘 빼고 다소 허무주의에 빠진 듯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 그들만의 사랑, 열정, 등등... 

  

이 영화의 장점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꽤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인과관계가 명확한 풀스토리도 있고 그것은 충분히 공감될만하고 은은하게 전달되는 삶에 대한 관조 같은 메시지도 담겨있다. 처음 장면은 불륜으로 시작되는데 말이다. 첫부분만을 보고 봉만대 감독 영화를 기대하면 몇 분도 못 가서 관람을 멈추게 될 것이다. 끝까지 가도 흔한 남자들이 기대하는 두 남녀의 땀흘리는 장면은 없다. 

  

어떻게 보면 TV 단막극 같은 느낌도 없지 않지만 TV 에서 방영하기에는 다소 모호하거나 심오하거나 대중적이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여성의 내면을 살펴보는 드라마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본다면 만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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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배우다(2013)  

  

제작과 각본을 김기덕 감독이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관람할 이유가 충분했다. 아마도 '영화는 영화다'의 선례도 있고 이 영화도 비슷한 기획력의 장점을 살린 것 같다. 규모로 봤을 때 왠만한 김기덕 영화 두세 편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독립 영화 수준을 넘어 저예산 상업영화라고 보여졌다. 

  

스토리로 봤을 때 초반에는 관객을 확 잡아당기고 몰입시키는 주인공과 장면들이 좋았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이렇게까지 영화의 초반에 관객을 매료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중후반부터 이야기가 상승하지 않고 평형으로 유지되는 느낌이 들었다. 좀더 큰 변화가 있어야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강렬한 인물로서 주인공 오영(이준 분)에 대적하는 제2의 주인공이 없었다는 점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이것은 인물 대신 '그 세계의 몇몇 어둠의 실세들'로 대체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주인공 오영을 연기한 이준이다. 설마 이 사람이 MBC '라디오스타' 같은 류의 오락프로에서 어설프고 어리버리한 캐릭터로 부담없는 친근감을 주는 아이돌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준이 이 영화로 큰 히트를 치거나 대중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취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매우 좋게 봤을 것이다. 연기력 하나는 완전히 인정받은 셈이다. 그 공덕은 김기덕 감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현대 트렌드에 맞는 배역을 잡아서 자신만의 연기력을 발전시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B급 정서 인물을 잘 소화했는데 주류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향후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2014년 1월 2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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