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장르에서 가장 흔하고 무난한 여행 플롯인데 전체 목표는 어떤 사람 (예를 들면 공주)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빼앗긴 옛날 왕국을 되찾는 것이다. 호빗 시리즈의 전편을 안 봐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점이 관객을 강력하게 몰입시키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엘 국민들이나 유대인이 본다면 사뭇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흥미롭게 재밌게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다. 이미 그 감흥을 충분히 즐겼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이어서 제작된 영화로서 (비록 스토리는 프로도의 모험 본편의 프로로그의 느낌도 없지 않지만) 세월이 다소 흘렀고 수많은 판타지 영화, 미드, 게임의 춘추전국 시대를 겪어오며 관객들이 차츰 지루해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럭저럭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서양식 판타지 세계관을 영화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다만, 스토리가 다소 명쾌하지 않아서 국내 관객을 확 휘어잡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스토리로 승부하기보다는 액션과 비주얼로 승부하는 듯이 보인다. 현존 최고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판타지를 그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후반에 스마우그라는 거대한 서양용과 산속 왕국의 폐허에서 난쟁이들과 싸우는 장면은 비록 중요성은 이해되지만 너무 길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스마우그는 왜 그렇게 멍청하게 난쟁이들을 순식간에 불태우지 못하는지 납득되지 않았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그렇게 계속 기듯이 날아다니면서 하찮은 난쟁이들을 잡지 못해서 결국에는 패하고 마는 상황이 다소 개연성이 부족해보였다. 후반에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지만 뭔가 더 크거나 굵직한 임팩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은 난쟁이들이 술독을 타고 요정 요새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빠른 급류를 타고 떠내려가는 동안에 추격해오는 오크족 전사들과 싸우는 장면이 액션장면으로서 만족스러웠다. 어느 부분에서는 다소 서커스 같고 황당하고 만화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약간 닭살이 피어오를 정도로 전율이 일기도 했다. 특히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 라라 크로포드를 연상시키는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 분)이 강하면서도 모성애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홀일점의 역할을 잘한 것 같다. 

  

  

문뜩, 톨킨 작가가 난장이 종족을 핵심 리드 종족으로 내세운 이유는 뭘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대개의 경우 영화 '아바타'처럼 거인이 주인공이거나 적어도 외적으로 우위에 있는 인간 또는 권력을 계승하는 왕족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혹시 난장이 종족이 의미하는 것은 '낮은 곳을 생각하는 사람' 즉 마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에서 시선이 낮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런 낮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상징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즉 난장이 종족이 상징하는 것은 소시민, 서민,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 인류 역사의 관점에서 더 높고 강한 곳을 향한 권력이 투쟁하는 중심과 동떨어진 외딴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는 동화 스타일 어른소설이 톨킨의 판타지 소설의 지층인 것 같다.

  

  

2013년 12월 20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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