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인 테크닉은 자타가 공인하듯이 출중하여 감탄사가 나올 정도이고, 굵직한 배우들의 향연도 좋았는데, 아마도 그렇게 널리 흥행하지 못한 이유는 일부 껄끄러운 잔인한 장면이 있는 점도 있고, 관객의 취향 또는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이야기 자체가 요즘 국내관객들이 화려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즐길만한 대중영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장점을 말하자면, 어떤 장면을 보면 감탄과 부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적인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만큼 자본과 시간을 투입할 여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감독의 인내와 의지와 섬세함과 독창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준일 것이다.

  

단점을 말하자면, 개인적인 취향에 많이 기인한 의견이지만, 의외로 스케일이 너무 작다. 이야기도 그렇고, 공간적인 비주얼도 그렇다. 장준환 감독을 유명하게 한 이전작 '지구를 지켜라'도 의외로 스케일이 작았다. 인물들도 마치 소극장 연극무대에 오르는 정도이며 그들은 촘촘히 사회적 관계가 연결되어 있다. 마치 공휴일에 어떤 유원지에 놀러갔는데 아주 놀랍게도 그곳에 놀러온 사람들이 모두 서로를 아는 사람들이다. 이런 느낌 말이다. 이런 점이 다소 작위적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의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좋은 영화도 많지만 아무튼 느낌이 그랬다는 얘기다.

  

액션이 중요할 수 있는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관객에게 일종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도 이 영화가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하지 못한 이유가 될 것 같다.


화이의 아버지 일당들은 인정사정 안봐주는 냉혹한 청부살인자들이다. 영화 초반부터 그것을 확실하게 소개했다. 영화를 많이 본 관객은 이들이 영화가 끝나기 전에 죽게될 거라는 예상을 하고 그것은 일종의 대중영화의 공식에 가깝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게 해주는데 문제는 화이 아버지 일당이 죽게되는 방법이 너무 평이해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군인이 가장 좋게 죽는 것은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죽는 것이다. 범죄자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 비록 한때 같은 조직이었겠지만 지들끼리 총질, 칼질 하다가 죽는 것은 범죄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편하게 명예롭게 죽는 거나 다름없다. 즉,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면 화이의 아버지들은 지들끼리 총질하다가 죽는 게 아니라 다소 어이없게 또는 비굴하게 또는 불명예스럽게 죽는 편이 관객의 감흥에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이 "우와~ 내 속이 다 시원하네!" 라고 감탄할 정도의 카타르시스가 없었다)

  


한편, 인물들 중에서 석태(김윤석 분)라는 인물이 가장 특이하면서 독특하다. 악인은 맞지만 그렇다고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한 측면을 내포한 주연급 악인은 아니다. 일종의 싸이코패스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기존 영화에서는 단순히 괴물 같이 냉혹한 살인마로만 보여주었다면 석태라는 인물은 좀더 현실적으로 사실적으로 묘사된 싸이코패스 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이 영화의 공적 중에 하나일 것이다.  

  

  

장준환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전반적인 재능과 기술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는대로 출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지구를 지켜라'도 그랬고 아직 일반 대중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영화를 만들지는 못한 것 같다. 이 영화도 그런 측면이 있다. 잘 만든 영화다. 그러나 일반인이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에는 뭔가 낯설고 껄끄럽다. 그렇다고 완전히 예술영화도 아니고 말이다. 어쩌면 기존에 원작이 있는 소설 또는 만화를 각색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명작이면서 동시에 흥행에도 대박이 날지도 모른다.

  

  

2013년 12월 17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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