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메트로 2033'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다른 영웅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시리즈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판타지 소설이 그렇듯이 이 소설에서 핵심은 세계관 자체이고, 거의 전매특허와 다름없는 핵전쟁 이후의 모스크바 지하철역이 주는 독특하고 특별한 매력이 아직 살아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떤 지하철 역에 전염병이 창궐한다. 치료제가 있을 턱이 없다. 치료제를 개발할 여력도 없다. '헌터'라는 주인공이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과 감염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모조리 몰살시키려고 하고, 그와 동행하면서 영웅소설을 쓰는 현실적인 소시민 풍의 늙은 '호메로스', 그리고 '헌터'의 인간성과 감염자를 구원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젊은여인 '샤샤', 그녀의 아버지, 우연히 만나서 샤샤와 동행한 거리악사 '레오니드'가 주요 인물이다. 

  

이야기 자체만으로 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작에서도 그렇고 이 작가의 소설에서의 매력은 세계관 자체이기도 하지만 인물들을 알아가는 재미에 있다. 전작의 주인공 아르티옴 만큼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각자 나름대로 깊은 사연이 있고 내면이 있다. 그런 것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작에서는 닭살이 돋았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다른쪽으로 생각하면 현란한 이야기 전개가 아니기 때문에 최근의 트렌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국내관객에게는 크게 어필하는 이야기 패턴이나 인물이 없는 편이다. 변변찮은 유머나 위트도 없다. 특히 소설의 초반에는 작가의 옥의 티일 수도 있는데 다소 지루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 이 세계에 빠져들면 확실히 강력한 매력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좋은 점은 산업화된 티가 많이 나고 익숙한 패턴이 자주 느껴지는 미국의 장르소설, 장르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느릿느릿한 매력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소설 스타일을 좋아한다.


 

여담이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폴아웃(Fallout)'이라는 게임이 종종 떠오른다.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미국의 어떤 도시에서의 모험을 다룬 컴퓨터 게임 시리즈이다. 개인적으로 푹 빠져서 플레이했던 게임 중에 하나다. 폴아웃 게임의 특징은 최근에 전 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있는 GTA 시리즈 만큼은 아니지만 그리고 유명한 판타지 세계관 게임만큼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어떤 특정한 매니아층이 건재하고 있고 몇년 전 3편의 경우에는 크게 흥행되었고 현재 4편을 제작할 계획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왜 그런지 정확히 집어낼 수 없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 GTA 시리즈 또는 그 어떤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관보다 폴아웃의 세계관이 훨씬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상세계의 놀이터일 것이다.

  

  

메트로 소설 시리즈는 비록 보편적인 한국인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충분히 만족을 줄 수 있는 잘 쓰여진 장르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3년 11월 27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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