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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세상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했다 사라졌고 나 또한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분들과 영원히 헤어질 것이고 나 또한 누군가의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사람 중 한 명이고 그들과 영원히 헤어질 것이다.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 또한 무엇을 의미할까?

영화 초반에 어린 주인공 준이(신명철 분)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난 죽은 다음에 딴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담고 있는 정서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어떤 면에서 영화 '파이란' 같이 어두운 밤에 세상 끝의 절벽을 걸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또 다른 어떤 면에서 한국판 '더 로드(The Road 2009)'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탈북자, 북한의 현실, 불행한 아이 등은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것이고, 찬란한 희망이 코앞에 있는 몽고 사막을 건너다가 안타까운 결말, 즉 세상 끝 절벽으로 떨어지는 어린 주인공의 모습은 무릇 이 세상을 살아가는 보편적인 인간의 숙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막은 세상이고 말이다. 본래 만든 사람들은 탈북자, 북한 아이들의 피폐된 인권 등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과 세상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남한의 어디에서 사는 아이들과 수용소에서 피폐된 삶을 이어가는 아이들의 차이는 그저 물질적인 차이일 뿐이다. 극명하게 차이 나는 서로 다른 두 세상은 남한과 북한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했고 존재하고 존재할 모든 인간의 유한한 삶의 여정에 내재하는 다양한 측면들 중에 하나들이다.

영화 '더 로드'를 봤을 때와 동일한 정서적인 느낌을 받았다. 척박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여정, 그것은 곧 모든 인간의 숙명이다. 단지 물질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또는 그 외 어떤 것으로 척박하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해변의 모래 한두 알을 집어서 만져보고 까칠하다고 단정하는 것과 같다. 끝없는 해변의 모래알 각각은 인간의 삶의 여정 속에 흩어져 있는 척박한 무엇들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신은 인간에게 물을 주었다. 영화에서 준이는 비를 매우 좋아한다. 비가 내리면 모래의 척박한 까칠함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수분이 증발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신은 인간에게 광대한 바다도 주었다. 그리고 하늘, 수많은 별빛도 주었다. 준이가 자신의 삶의 끝자락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사막의 밤하늘은 한없이 초롱초롱했다. 준이의 바람대로 죽은 다음에 엄마를 만날 수 있겠다는 꿈을 꿀 수 있었다. 준이의 척박하고 짧은 삶은 모든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더 로드'처럼 문뜩 세상과 인간에 대해서 돌아보게 될 때, 아무도 없는 독방에서 혼자 보면 매우 좋을 영화인 것 같다. 북한, 탈북자 등등 보이는 것만 그대로 감상하지 말고 넓은 의미에서 모든 인간의 숙명을 바라보듯이 감상한다면 훨씬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역배우 신명철의 기교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도 좋았고 차인표의 연기도 좋았다. 영화의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너무 겉으로 보여준다 싶을 정도로 감상적인 영상미는 아주 작은 흠이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진심으로 사랑해줘야 할 나만의 소중한 사람에게, 마치 어린 주인공 준이가 희망을 찾아 사막을 건너다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의 유한한 삶의 숙명 때문에 언제 불가능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 진심으로 더 많이 사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주인공 준이의 희망대로 죽은 뒤 다른 세상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서 비를 맞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내 경우에는 언젠가 먼 미래에 죽은 뒤에 다른 세상에서 나의 소중한 사람과 눈(snow)을 맞으며 초롱초롱한 별천지로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10 년 5월 8일 김곧글


관련 글: 더 로드(The Road 2009) - 절망 속의 신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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