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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데 문뜩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내 얼굴은 굳어진다. 이전의 경험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끔 동네를 산책하는데 번화가 큰 길을 걸을 때 문뜩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대개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자였는데 가끔 옆에 서 있다가 불쑥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잠깐만요... 인상이..." 도를 닦자고 전도하는 사람들이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정도의 남녀였다. 10년 정도 전에 종로 인사동에서 이런 사람을 마주쳐서 대화를 하다가 그들의 사무실에 따라갔었다. 그냥 어떤 것인가 궁금했었다. '증산도'였다. 그때 알만큼 알았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 도에 관해서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발걸음을 재촉해서 빨리 지나가버린다. 가끔은 "괜찮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러면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온다.

그래서 길을 걷는데 문뜩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또 도구나?'라고 습관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습관적인 판단이 나쁜 영향을 준 경우도 있었다. 정말 순수하게 길을 묻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길을 걷는데 문뜩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도'에 관한 것이 먼저 떠올라 표정을 굳게 하고 지나쳐가려는 재스처를 취하는데, 상대는 순수하게 길을 묻는 것이었다. (물론, 길을 묻고나서 슬쩍 '도'에 관해서로 옮겨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내 경우에 그런 사람까지는 못 봤다) 어디로 가려면 어떻게 가냐고 묻는데 두뇌가 갑자기 혼란을 일으켰다. 전혀 예상치 못한 두뇌 영역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올바로 알려줄 수 있는 길을 잘못 알려준 것이다. 소위 당혹스러우면 두뇌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행이 많이 어긋나지는 않았다. (솔직히 내가 사는 동네는 아니고 나도 오랜만에 어느 지역을 걷고 있을 때였다) 그들이 내가 가리켜준 근방에 가서 한 번 더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살짝 방향을 바꾼다면 찾는 곳에 도착할 수 있는 정도였지 전혀 생뚱맞은 방향을 가르쳐준 것은 아니었다.

한편, 이것과는 전혀 별개로 길을 잘못 가르쳐준 적도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신호대기로 서 있던 차에서, 미군용 지프차였다, 운전석에는 군복을 입은 미국 남자가, 조수석에는 군복을 입은 미국 여자가 앉아있었는데 "맥 어쩌구...?" 라고 내게 물었다. 나는 잘못 들어서 다시 말해달라고 했고 그녀는 '이 근처에 맥도널드가 어디에 있냐?'는 질문이였다. 나는 근처에서 상가가 몰려있는 쪽으로 가리켜줬다. 그 근방에는 남자 고등학교. 여자 중학교, 초등학교도 있었기 때문에 맥도널드는 거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미군은 어수룩한 한국말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런데 혹시나 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나서 미군에게 가리켜준 상가 쪽을 가봤는데, 롯데리아 비슷한 햄버거 가게는 있었지만 정확히 맥도널드는 없었다. 그 미군들에게 나쁜 한국인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아서 쑥스러웠다.

아무튼 이 글은 나에게 길을 물었다가 원하는 곳에 바로 도착하지 못 하고 다시 한 번 다른 누군가에게 물어봐야했던 그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의 표현이고, 세상의 모든 신들께 고해성사하는 글이다.

2010년 3월 27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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