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몰입되는 영화를 감상했다. 장르영화도 아니고 이야기나 메시지가 흐릿하고 모호하지만 보는 내내 마치 고대 주술사의 최면에라도 걸린 듯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관록 있고 위엄 있고 명성 있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신선하고 세련미가 넘치는 연출이라니... 단순히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수놓은 이야기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중간 중간도 소중하게 감상하며 멈추지 않고 계속 감상했다.


감독은 관습적으로 익숙한 이야기인 것처럼 관객을 이끌면서 ‘그런 뻔한 건 아닐세.’ 라며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면 관객은 다시 ‘아하! 이런 이야기구나!’ 하고 예상하는데, ‘그렇게 흔한 3류 드라마 같은 내용도 아닐세.’ 라며 관객의 예상을 무너뜨린다. 후반에도 어느 정도 이런 식으로 관객이 예상하지 못한 결말에 종착한다.


다시 말하면, 처음에는 권위 있는 남자 주인공 의사가 미성년자 남학생과 연애하는 사건을 다룬 것인가, 하고 추측하게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히려 영악한 미성년자 남학생과 그의 엄마가 공모하여 계획적으로 권위 있는 의사를 유혹하고 사기 치는 사건을 다뤘나보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 의사가 폭망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것도 정확하지는 않다며 감독은 다른 이야기를 펼쳐준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단순히 음주 상태로 집도를 해서 미성년자 남학생의 아버지를 죽게 한 것에 대한 남학생의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수극을 다룬 현대물의 가면을 쓴 판타지 장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큰 줄거리는 그렇더라도 말이다.


쉽게 말해서, 남학생은 소위 흑마법을 쓰는 고대시대로부터 알게 모르게 전승된 주술사로 볼 수 있을까? 완벽하게 그렇지도 않다. 의사의 딸이 같이 도망가자며 자신의 마비된 다리를 고쳐달라고 애원했던 때, 남학생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는 단지 복수의 저주를 의사에게 알려주는 것 외에 다른 아무런 신비스러운 무엇을 이행하지는 못 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이 단순히 전형적인 판타지 장르 영화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또 남학생이 의사에게 언급한 저주가 비록 100%는 아니지만 (의사의 부인은 아프지 않음) 의사의 두 자녀에 대해서는 100% 맞아 떨어진다. 의사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서 가족을 온전히 지켜내고 흑마법을 부린 남학생을 정의롭게 또는 부정하게 처벌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관객들이 그럭저럭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르영화 범주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도 비껴간다.



이런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에게 찬사의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다. 전작들도 모두 주옥같이 훌륭했었고 차기작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이야기의 내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는지에 대한 솜씨가 전형적이지 않고 세련되고 감미롭고 훌륭하다.


여담이지만, 주인공 의사와 의사의 부인의 연기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원래 잘 하는 분들이고, 이 작품에서 남학생을 연기한 ‘배리 케오간’이 이전에 어느 작품에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서 나중에 검색해봤더니 (처음에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이었던가 했는데 아니었다) ‘덩케르크’에서 민간인 요트에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죽은 젊은이를 연기했던 젊은 배우였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는데, 여자들이 좋아하는 형태의 외모는 아니라 대중적으로 확 달아오를 스타가 될거라고 점칠 수는 없지만, 개성있는 특유의 좋은 연기력을 갖췄기에 앞으로의 연기가 기대된다.



2018년 8월 14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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