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인터넷






12월 어느 일요일 오전

(A Sunday Morning In December)



오랜만에 일요일스러운 아침 햇살이
멀리서 비스듬히 창문으로 들어와
책상에 쌓여있던 책더미의 표지에 튕겨서 반짝거린다
여름이라면 아니겠지만
겨울에는 따사로운 이런 눈부심이 좋지 않을 수 없다



뜬금없이 떠오른 어렸을 때 봤던 만화책
아마도 겨울방학 이즈음 햇살에 기대어 읽었겠지
누런 종이를 침 바른 손가락으로 넘기는데
인상 깊었던 장면이 진하게 피어오른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로질러 새하얀 눈이 퍼붓는 어느 거리
날벌레들이 떠나버린 어두침침한 붉은 가로등 아래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른 입김으로
꽁꽁 얼어붙은 서로의 손을 녹여주는 연인들
군고구마의 칠흑 같은 껍질을 벗기고
뜨거운 노란 속살로 입술을 녹이는데
멀리서 성탄절의 종소리가 메아리친다
어쩌면 이 장면은 만화책이 아니라 영화의 한 장면일지도
헤깔리다가 현재로 돌아온다



점심으로 어렸을 때 먹었던 라면을 끓여먹고
그래서 생겨난 포만감과 느끼함을 봉지커피 한 잔으로 날려버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무슨 영화를 볼까?”
스멀스멀 쏟아지는 식곤증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얼른 꿈속에 갔다 와서 영화나 때려야지.”
나의 육체는 무의식적으로 여인의 따듯한 젖무덤을 찾지만
현실은 외로이 전기장판 깊숙이 파묻힌다.






2017년 12월 17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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