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



뜨거운 감각으로 빠져들기는 쉽고
차가운 이성으로 깨어나기도 어렵지 않지만
각인된 기억을 지우기는 불가능에 가깝구나


손가락은 펜의 선율에 빠져들고
펜은 종이의 멍때림을 깨우고
종이는 수없이 다양한 과거와 미래의 찬가를 불러대는데
막상 구체적으로 재현하지는 못하는구나


일부러 인식을 피해 자유로워진 운동화 끈을 매면서 문뜩
날개가 있었다면 높은 산을 먼저 올라갈까?
아니면 드넓은 대양을 횡단할까?
아니면 끓어오르는 사막을 가로지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걷다가 새삼스럽게
편한 운동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옛사람들은 얼마나 발의 고통을 무시하며 살아야 했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며 계속 걷는다.
발이 시럽지 않은 봄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은 불빛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아나는 것은 어둠
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의 그림자는 반대로 생각하겠지
그림자의 존재가 먼저인가? 나의 존재가 먼저인가?
어둠이 빛을 낳은 것일까? 빛이 어둠을 낳은 것일까?
이성과 감성의 시간은 둘 사이를 꽁꽁 동여매고 정답을 지연시킨다


지금 이렇게 존재할 수 있게 해주신 존재를 주관하시는 신께 감사드린다
그 신은 인간의 감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고차원의 저편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겠지
무슨 일을 할까?
또 다른 저편에 우주를 창조하고 있나요?
거기에 나와 내 그림자를 닮은 존재도 있을까요?
그곳을 느낄 수 있는 초대장을 하사하신다면
열반, 구원, 환생, 극락정토, 천국 호 열차를 타고 칙칙폭폭 칙칙폭폭...
그런데, 여긴 어디죠?
여기를 잘 몰라서 미지의 저편을 상상할 수 없네요


짙은 하얀 나무가 밝히는 캄캄한 겨울밤에
세찬 바람이 휘몰아쳐 밤하늘로 눈발을 날린다
쏟아지는 별들이 눈맛을 보며 눈꺼풀을 껌뻑껌뻑 거리자
도시의 야경이 찬연하게 응답하는 윙크를 날린다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존재가 거울 속에 자신을 대하듯 미소를 띠운다


살을 에는 겨울의 호흡이 창틀을 비집고 침투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잠복 중이던 가스보일러의 공세로 오합지졸이 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겨울에서 봄으로


시간을 달리던 겨울밤이 심호흡을 하더니
빛과 어둠 사이를 스쳐지나가며 감회의 꼬리를 살랑거리고
반짝반짝 시간이 빛나며 기지개를 켜자
째깍째깍 불굴의 생명력이 껍질을 깨고
하늘과 바다와 대지의 품에 안겨 오물오물 깨문다
봄의 샘물에서 나오는 젖을

 


2017년 1월 24일 김곧글



자작 스케치 (my sketch)

Title: The Riding Car

클릭하면 확대됨 (click and zoom in)







저작자 표시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Running Up Baby

티스토리 툴바